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 후반으로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과일값 고공행진이 이어졌고 등락을 거듭하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석유류 가격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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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낮아질 때까지 과일은 좀 참더라도 설탕이나 김 안 먹을 수 있나요?”
직장인 권아무개(37)씨는 최근 대형마트에 들러 제철과일과 조미김, 설탕 등 필요한 몇가지를 사려다 훌쩍 5만원을 넘기자 장바구니에서 참외 봉지부터 덜어냈다. 권씨는 “밥과 과일 중에 밥이 먼저지 않느냐”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제철과일을 먹으려 했는데 다른 식품도 많이 오르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두달 째 2%대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사과와 배 등 과일값의 고공행진 행렬이 이어지는 데다,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등이 두드러지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시작해 지난 2∼3월 두달 연속 3.1%를 기록한 뒤, 지난달 2.9%로 내린 데 이어 추가로 0.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과일값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사과(80.4%), 배(126.3%)를 비롯한 신선과실은 1년 전보다 39.5% 상승하는 등 높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과나 배에 견줘 제철과일인 참외(8.5%), 수박(25.6%)이나 수입과일인 키위(20.6%), 체리(28.3%)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은 낮았지만 과일값이 안정됐다고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여름철에 접어들며 기상 여건이 나아져 과일값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코코아 등 원료 가격 인상으로 가공식품 물가는 계속 오를 수 있어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식용유(15.2%), 맛김(8.1%), 설탕(20.4%) 등 주요 가공식품 품목이 큰폭으로 올랐다. 주요 식품업체에서는 이달 들어 초콜릿과 맛김, 간장 등의 가격을 올리면서 다음달 가공식품 물가 지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러-우 전쟁 이후 가공식품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금도 일부 식품 가격 인상이 있어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다시 다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달 종료 예정인 바나나 등 과일류 2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하반기까지 연장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오렌지·커피농축액·코코아매스·버터 등 가공식품 원료가 되는 7종(신규)을 포함한 19종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히며, 기업에도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최 부총리는 하반기 물가 인상 요인인 공공요금과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에 민생과 직결된 만큼 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가피한 경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천연가스(LNG)에 대한 관세를 하반기까지 면제할 계획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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