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미스터트롯'으로 트로트 열풍…시장 개척 '현재진행형'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트로트를 소비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보니까 팬덤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시장을 확장하려면 일본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만들어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가 한국과 일본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인 MBN '한일가왕전'과 '한일톱텐쇼'를 제작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달 종영한 MBN '한일가왕전'과 그 후속작으로 최근 방송을 시작한 '한일톱텐쇼'는 트로트 경연 '현역가왕'에서 상위 7명에 든 가수들이 일본 프로그램 '트롯 걸즈 재팬'(TROT GIRLS JAPAN)의 상위 7명과 맞붙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달 3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서 대표는 "'한일가왕전'을 제작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미소 지었다.
서 대표는 일본 진출 이유를 "한국에선 새로운 스타가 나와도 기존 스타들의 팬덤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주 소비층이 높은 연령대인데, 이 분들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쉽게 바꾸지 않으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 가요를 우리 시청자들이 굉장히 여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걸 보고 서로 교류하면서 화합하고 시장을 넓히는 것이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J팝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트로트가 더 깊어지고 넓어질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덧붙였다.
MBN '한일가왕전' 방송 화면 |
20년 넘게 SBS에서 PD로 일하며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서 대표는 2018년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기획해 큰 성공을 거뒀다. 송가인이나 임영웅 등 유명 가수들이 모두 그가 기획한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렸다.
2022년 TV조선을 퇴사해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한 뒤로는 MBN과 손잡고 '불타는 트롯맨'과 '현역가왕', '한일가왕전'을 만들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올해 2월 종영한 '현역가왕'의 최고 시청률은 17.3%, 지난달 종영한 '한일가왕전'의 최고 시청률은 11.9%에 달한다.
서 대표는 "사실 '한일가왕전' 시청률이 두 자릿수가 나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며 "일본어 가사로 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나오니까 8% 정도만 해도 잘 나오는 거라고 예상했는데,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물론 만족스러운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트롯 걸즈 재팬'의 시청률이나 화제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한다.
서 대표는 "'한일가왕전'을 제작한 것은 비유하자면 싹을 틔운 것일 뿐 아직 나무를 만든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일본 시장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쉽게 큰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한데, 일본은 그 다양성이 거의 열 배는 되는 것 같다. 통일된 기호나 니즈가 없어서 전략을 잘 짜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언더피프틴' 연출을 맡은 이국용 PD(왼쪽)와 서혜진 대표 |
서 대표의 트로트 시장 개척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일톱텐쇼'가 첫 방송을 시작했고, 연말 방송을 위해서 준비 중인 여러 경연 프로그램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한일가왕전'의 후속작인 '한일톱텐쇼'는 마찬가지로 한일 대표 가수들의 경연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28일 방송을 시작했다.
현역 여자 트로트 가수들의 경연을 다룬 '현역가왕'의 남성 가수 버전도 제작이 확정됐고, '한일가왕전' 가수들의 한국과 일본 콘서트와 이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트로트와 별도로 15세 미만의 멤버들로 걸그룹 멤버를 선발해 육성하는 '언더피프틴'(UNDER15)도 제작 중이다. 크레아스튜디오의 이국용 PD가 연출하는 '언더피프틴'은 현재 방송 플랫폼과의 계약을 앞둔 상태라고 한다.
서 대표는 특히 '언더피프틴'의 목표에 대해 "노래를 엄청 잘하는 어린 친구들로만 네 명 내지 다섯 명으로 그룹을 만들려고 한다"며 "이런 말을 하면 제가 욕을 먹을지 모르지만, '미성년 블랙핑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사의 니즈가 아니라 시청자의 니즈에 맞춰 시청자가 뽑은 K팝을 이끌어 갈 만한 대들보 같은 멤버를 뽑을 것"이라며 "크레아스튜디오가 제일 잘하는 일이 바로 어린 친구들의 재능을 발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