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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 갈등' 봉합에 한미일 군사협력 탄력…다영역훈련 정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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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국방장관회담서 수중·해상·사이버 훈련 '프리덤 에지' 실시 합의

연합뉴스

한·미·일 국방장관회의 개최
(서울=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대신과 함께 3국 국방장관회의를 하고 있다. 일본 방위대신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2023.11.12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싱가포르·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김호준 기자 = 한일 군사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초계기 갈등'이 재발방지 대책 합의를 통해 일단락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한미일이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3자 군사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3국의 군사적 결속이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참석을 계기로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올해 여름 '프리덤 에지'라는 명칭의 3국 군사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프리덤 에지는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에서 실시되는 정례 훈련이다. 한미연합훈련인 '프리덤 실드'와 미일연합훈련인 '킨 에지'를 합성해 만든 명칭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한미일은 수색·구조훈련(SAREX)과 미사일경보훈련, 전략폭격기 호위 훈련 등 해상 혹은 공중에서 일회성 3자 군사훈련을 실시해왔지만, 다영역 정례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미일 정상은 작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회담에서 3국 안보협력 강화를 위해 다영역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1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 장관이 수상과 수중, 공중, 사이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3자 훈련을 제안했고, 한미일 안보회의(DTT) 등 실무협의를 거쳐 이번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프리덤 에지 훈련에 대해 "1년에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훈련에는 한미일의 항공기와 함정, 사이버 인력 등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도상훈련(TTX)도 재개하기로 했다. 2014년 시작된 한미일 TTX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바 있다.

한미일은 또한 3자 훈련과 고위급 협의 등 3국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문서인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도 연내 작성하기로 했다.

이처럼 한미일 안보협력이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날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해묵은 초계기 갈등의 해법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위협 비행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며 국방 당국 간 교류는 전면 중단된 바 있다.

한일 양국은 작년 6월 샹그릴라 대화 계기 국방장관 회담에서 진실공방을 중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1년 뒤 열린 이번 회담에서 상대국 함정 및 항공기 간 안전거리 확보와 통신채널 확보 등을 골자로 한 재발방지 대책에 합의하게 됐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핵 위협 심화와 대만해협 문제 등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일이 체계적인 훈련을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한일 관계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며 "초계기 갈등이 풀리면서 그런 훈련이 가능해져 한미일 군사협력도 더 심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북한 위협은 물론 대만해협 사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한미일 군사협력 심화를 바라는 미국이 한일간 '초계기 갈등'이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계기 갈등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마련에 따라 한일관계에 훈풍이 부는 과정에서도 봉합되지 못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한국은 일본이 저공위협 비행을 한 가해자, 일본은 한국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한 가해자라는 인식이 강해 서로 양보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도 결론이 나기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고 한다. 원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의 참석 대상자가 아니었던 해군 장성도 합의 쪽으로 방향이 잡히면서 급하게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으로 미국의 의지가 거론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날 한일이 초계기 갈등을 봉합한 데 대해 신 장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초계기 갈등 해결이 한일 협력뿐만 아니라 한미일 협력에도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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