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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1년 일찍 입학시키면 된다”...국책연구원의 황당 저출생 해법

매일경제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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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1년 일찍 입학시키면 된다”...국책연구원의 황당 저출생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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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평가기관의 ‘황당 제언’
“남성의 발달이 여성보다 느려”
성공 시 인과관계는 제시 안 해


지난 3월 4일 오후 울산시의 한 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학생들이 강사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오후 울산시의 한 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학생들이 강사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부의 인구정책 평가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여자아이들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분석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향후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서로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논리에서다.

2일 조세연에 따르면 조세연은 ‘재정포럼 2024년 5월호(제335호)’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연은 결혼 의지 확립, 교제, 결혼, 첫째 아이 출산, 난임 해결 등 출산을 결정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단계별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교제성공 지원 정책’의 예시 방안 중 하나로 ‘여아 조기 입학’을 제시한 것이다. 여아 조기 입학과 향후 남녀 교제 성공률 간의 인과관계나 기대 효과 등은 별도로 기술되지 않았다.

조세연의 이같은 제언은 사회적 통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동 교과 과정 등에 관한 충분한 연구·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지적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2년 7월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6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로고. [사진 출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합뉴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로고. [사진 출처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합뉴스]


당시 이를 계기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학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였지만, 교육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박 장관에 대한 ‘경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는 또 ‘부양 효율성 향상 정책’ 부문에 있어서도 “노령층을 보다 효율적으로 부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질적으로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돌봄 로봇 기술의 개발 지원·도입’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돌봄 로봇 기술은 생산가능인구 비중 증가는 물론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멀티플레이어 정책”이라며 “노인을 돌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를 돌보는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육아 부담을 낮추고 국가의 육아 함수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어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개인의 선택 측면에서는 인정될 수 있지만, 굳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상황은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소상공인 영역은 전통적으로 ‘고용의 저수지’라고 불리며 초과 노동 공급을 비생산적이지만, 소화해주는 영역으로서 활동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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