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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중국, 대만산 134종 품목에 관세 감면 중단…"모두 라이칭더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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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일 대만 총통부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취임 연설 중 주먹을 굳게 쥐어 올리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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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산 제품 134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조치를 중단했다. 중국은 라이칭더 총통이 취임한 이후 군사적 행동으로 대만을 압박해온 데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대만을 옥죄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31일 “6월 15일부터 134개 품목에 대해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른 세율 적용을 중단하고 현행 규정에 따른 세율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대만 지역이 일방적으로 대륙(중국)산 제품 수출에 차별적 금지·제한 등 조치를 취해 ECFA 규정을 어겼다"면서 "2023년 12월 21일 관세세칙위원회가 ECFA 일부 제품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한 뒤로도 대만 지역은 여전히 아무런 유효한 무역 제한 취소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관세 감면 추가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추가 대상엔 윤활기유와 액체 파라핀, 이소프로필 알코올을 비롯해 각종 플라스틱·금속 제품, 리튬이온 배터리, 차량 부품 등 모두 134종의 대만산 제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관세 감면은 다음 달 15일부터 중단된다.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지난해 12월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한 이후 민진당 측은 오히려 분리주의적 오류를 적극적으로 조장했다”며 “양안 대립·대결 선동으로 ECFA 실시 기초를 심각하게 훼손해 관세 감면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책임은 전적으로 민진당 측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도 “ECFA는 '92합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위에 체결된 것으로 문제가 생기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라이칭더 정권은 ‘대만 독립’ 입장을 고집스럽게 견지한 채 92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건 평화는 물론 발전도 없고 대만 기업과 인민의 이익에 해를 끼칠 뿐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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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오후 산둥성 지난시에서 기업·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중요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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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FA는 중국과 대만 간의 자유무역협정에 준하는 조약으로 양안이 2010년 6월 체결하고 같은 해 9월 발효됐다. 이 협정을 바탕으로 양안은 지정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철폐를 약속한 조기자유화 프로그램을 이듬해 1월 1일부터 실시했다. 체결 당시 HS 코드 8단위를 기준으로 중국은 539개, 대만은 267개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약속하고 지난해까지 무관세 혜택을 이어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 총통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해 12월 대만산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프렌, 염화비닐 등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총통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라이칭더 당시 민진당 후보를 노린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관련 조치는 지난 1월 1일 발효됐다.

대만의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부당하고 일방적으로 ECFA를 위반했다”며 이번 조치에 반발했다. “ECFA는 양안이 세계무역기구(WTO) 정신에 따라 진행됐고 서문에도 WTO 기본 원칙을 명시했다”면서 “WTO의 틀에 따라 서명했기 때문에 ‘92합의’나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정치적 전체는 없다”고 강조했다.

MAC는 또 “대만에 대한 압력과 위협을 정치적으로 조작하는 건 양안 경제 무역의 호혜적인 발전 방향을 왜곡할 뿐”이라면서 “양안의 현실을 직시하고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 실용적인 의사소통과 해결이 가장 유익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MAC는 중국에 대한 대민인의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6%가 ‘본토와 대만이 같은 중국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공산당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박 등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89%에 달했다. 이어 응답자의 88.5%는 ‘대만의 미래는 대만 인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라이 총통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MAC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대만과 중국 본토가 공동으로 유지해야 하며 대만 헌법 체제와 대만 주류 대중의 의견에 따라 양안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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