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유연수, '하반신 마비' 됐는데…음주운전자 2심도 '징역 4년'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가 지난해 11월 11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음주운전을 하다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들이 탄 차량을 들이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고로 유연수는 하반신이 마비돼 25세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다.

제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오창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한 사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하던 중 왼쪽에서 진입하는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17%였다.

피해 차량에는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골키퍼인 김동준, 임준섭, 유연수와 트레이너, 대리운전 기사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다행히 탑승자 대부분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유연수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하반신 마비와 신경·근육 기능 장애 등 부상을 입었다. 1년간 재활 치료에 힘을 쏟았던 유연수는 결국 지난해 11월 25세에 은퇴를 선언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잠을 자고 있던 여성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과 A씨 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했지만, 술 마시고 과속 운전하다 낸 사고로 유연수는 회복이 어려운 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이 사건이 없었다면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청년이 겪을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 2개월 만에 자신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을 추행하기도 했다"며 "음주 관련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보면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하지만,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11월 11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골키퍼 유연수의 은퇴식./사진=뉴스1(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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