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사전협의·공감대 없이 통과된 법안들 국민에 부담 자명"
"유공자법 대상자 자의적 선정 소지…전세사기법, 수조원 중 상당액 회수 불투명"
임시국무회의 주재하는 한덕수 총리 |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는 29일 4.16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 공포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전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강행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 공포안을 심의, 의결했다.
공포안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민주유공자법) 제정안,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등 4건의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원안대로 의결하지 않고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민주당 등 야당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해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 상정, 의결 절차를 강행한 쟁점 법안이다.
한 총리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에 대해 "민주 유공자를 선정하는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대상자 선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크다"면서 "민주 유공자 예우를 통해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보다는 국론 분열과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수조 원의 주택도시기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투입된 비용의 상당액은 회수도 불투명해 기금 부실화가 우려된다"면서 "결국 주거복지 증진 등 본연의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무주택 서민 등 국민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농어업인의 의견수렴과 정책 결정 참여를 위한 회의소를 법제화한다는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에 대해서는 "관변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고, 농협과 수협 등 기존 농어업인 단체와 역할·기능 중복으로 비효율과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농어업인단체도 농어업회의소 법제화에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에 관해서는 "한우 산업만을 특정해서 경영 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라며 "돼지, 닭 등 여타 축종 농가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우려가 크고, 균형 잡힌 축산 정책 추진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국회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지속해 문제점을 지적해왔던 법안들을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면서 "충분한 사전 협의와 공감대 없이 통과된 법률안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번 조치(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이날 중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4개 쟁점 법안은 국회 재의결을 하지 못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재의를 요구한 안건은 22대 국회에서 의결할 수 없다.
발언하는 한덕수 총리 |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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