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스토킹 범죄 피해자 구제 및 대응체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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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수사기관이 스토킹 범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사단계에서부터 스토킹 범죄에 대한 해석에 혼란을 겪으면서 가해자의 범죄를 명확히 잡아내지 못하고 피해자 구제·지원에도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8일 ‘스토킹범죄 피해자 구제 및 대응체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문 2086건을 분석하고, 스토킹 전담 경찰관 및 검사 10명, 피해자 6명, 피해자 지원기관 종사자 9명을 심층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참여한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먼저 수사기관들이 관행적인 실무상의 이유로 스토킹 범죄행위의 범위를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의 범위를 너무 좁게 제한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의 명시적 거절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 대신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들은 ‘피해자의 의사’보다는 ‘피해자의 명시적 거절’을 확인하기 위해 이별 일자나 거절 표현 일시 등을 캐묻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한 교수가 인터뷰한 스토킹범죄 전담 경찰관들은 실무상 이유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답했다. 한 경찰관은 “검사가 내리는 ‘보완수사’ 내용의 90%는 명시적 의사, 헤어진 일자를 확인하고 범죄 시점과 장소를 특정하라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스토킹 범죄로 법률을 적용해서 검찰에 서류를 보내면 검사들이 ‘이게 왜 스토킹이냐’며 많이 싸운다”면서 “스토킹의 정의나 법률 적용 기준에 대해 검사와 의견이 많이 부딪힌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스토킹범죄가 ‘해석론’에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스토킹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스토킹처벌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범죄로 성립되기 때문에 개별사건마다 구성요건을 어떻게 충족시킬지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매뉴얼상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전달했는지 확인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부담이 될 상황은 되도록 피하라는 취지다.
전지혜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 스토킹정책계장은 “실태조사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전체 경찰 수사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내용과 관련 판례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강화된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 문제도 작지 않다. 피해자들은 스토킹범죄 특성에 맞는 재발 방지책이나 피해 회복 제도가 불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과 보호 기관들을 조사한 윤상연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신고할 때 가장 절실하게 생각하는 ‘접근금지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며 “가해자에게 재범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스토킹범죄를 저지르기 전이라 하더라도 전자장치 부착 명령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현재 스토킹범죄에 대한 지원이 별도로 진행되거나 독립된 예산이 편성되는 대신 가정폭력 피해지원사업에 통합해 구색을 맞추고 있다”며 “피해자가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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