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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악용해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든 20대가 일본에서 적발됐다. 컴퓨터 관련 기술이 없는 용의자가 생성형 인공지능에만 의존해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비슷한 형태의 범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일본 언론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작해 랜섬웨어(몸값 요구형 컴퓨터 바이러스)로 이용하려 했던 20대 용의자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집에서 붙잡았다고 보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악성 바이러스를 제작했다가 경찰에 적발된 것은 일본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해 3월 집에 있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설계해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복수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바이러스 설계도인 ‘소스 코드’를 입수했다. 이어 이 소스를 이용해 다시 인공지능에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도록 명령을 내린 뒤, 여기서 얻어낸 정보를 조합해 랜섬웨어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악성 바이러스에는 공격 대상이 된 컴퓨터의 데이터를 암호화해 잠그는 등의 기능이 포함됐다.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 암호화된 데이터를 푸는 과정에 금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를 만들어낸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랜섬웨어로 돈을 벌고 싶었는데, 인공지능에 물어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용의자가 정보통신 기술을 따로 배우거나 관련 업체에 근무한 적이 없고, 조력자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컴퓨터와 관련한 깊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악용하는 데 눈을 뜬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실제 피해가 벌어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통해 랜섬웨어 같은 범죄 수단을 손쉽게 만든 사례가 확인되면서, 이같은 유형의 범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챗지피티(Chat 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에이아이(Open AI) 등은 인공지능에 범죄에 악용될 만한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하도록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엄격하게 차단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보안에 정통한 일본 엔티티(NTT) 관계자를 인용해 “사용 범위에 제한이 없거나 느슨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랜섬웨어의 설계도(소스코드)나 감염시키고자 하는 컴퓨터의 침입 방법, 가짜 쇼핑 사이트 등도 만들 수 있다“며 “(인공지능을 인용한다는 건) 전문가가 옆에서 (제작 방법을) 지도해주는 것과 같으며, 해박한 지식이나 경험 없이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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