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했던 외무장관 시신도 ‘시계’로 신원 파악
“당국, 17시간 동안 광적인 수색 및 보도 통제”
이란 구조대원들이 지난 20일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산악 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바르즈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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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잔해 근처에서 발견된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시신 발견 현장 모습을 25일(현지 시간) 이같이 묘사했다. 대통령 사망을 확인시켜 준 결정적 물증은 다름아닌 ‘반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후 이스라엘·IS 공격 대비, 높은 경계 태세"
NYT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생한 헬기 사고는 악천후와 험준한 산악 지형 탓에 수색 과정도 난관을 거듭했다. 신문은 ‘전화 통화, 수색대, 드론(무인기): 이란 대통령 발견에 걸린 17시간’ 제하 기사에서 이란 고위 관리 7명과 여러 언론인의 증언, 국영TV 보도 등을 종합해 헬기 사고 후 당국의 대처 및 수색 과정을 구체적으로 되짚었다.
사고 당일 라이시 대통령은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댐 준공식 참석 후 문제의 헬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헬기는 이륙 30분 만에 사라졌고, 이후 ‘광적인’ 수색이 시작됐다.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국영TV를 통해 안보 불안이 없도록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동안, 이란 관리들은 ‘통제’에 안간힘을 썼다. NYT는 “이스라엘 또는 이슬람국가(IS) 등의 공격에 대비해 당국은 군대에 높은 경계 태세를 취하도록 지시했고, (헬기) 사고 관련 언론 보도나 정보의 흐름도 통제됐다”고 전했다. 경찰과 정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도 감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윗줄 오른쪽 두 번째)가 25일 테헤란에서 열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9일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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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망 암시 보도 금지령도 내려져"
특히 ‘대통령 사망’ 암시는 철저히 금지됐다. 하메네이는 대통령 탑승 헬기 실종이 확인된 직후, 자택에서 최고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회의를 소집해 ‘질서 유지’를 주문했다. 이란 문화이슬람지도부는 각 언론사에 전화해 취재 지침을 전하면서 ‘대통령과 다른 관리들이 숨졌을 수 있다고 보도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이란 언론인 4명이 NYT에 말했다. 신문은 “해당 언론인들은 보복을 두려워해 익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한편에서는 대대적 수색이 긴박하게 이뤄졌다. 헬기 잔해와 라이시 대통령 시신이 발견된 것은 17시간 후였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자원봉사자는 ‘알라 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통곡했다. 동행했던 정부 관리 3명과 경비대원 2명, 사진작가는 라이시 대통령뿐 아니라,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의 시신도 육안으로는 식별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타 버렸다고 말했다. NYT는 “라이시 대통령은 반지로,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시계로 각각 신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지난 23일 “조사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 추락 헬기에서 총탄과 같은 의심스러운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가 추락 전까지 예정 항로를 비행 중이었고, 항로 이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총참모부는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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