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이후 적용 제12차 방위비분담 협상 '잰걸음'
협상 조기 개시, 11월 美 대선 전 타결 모색하는 듯
文 회고록, 2017년 트럼프 방한 당시 에피소드 소개
한국 기여 각인시키려 평택미군기지서 트럼프 만나
통상 차기 SMA 협상은 기한 만료를 1년여 앞두고 진행되는데 이번엔 더 빨리 시작됐습니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둔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한민국을 향해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습니다.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재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꺼내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재임 중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여러 차례 주장했다고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부 장관이 2022년 발간한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SMA 협정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에서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협상 난항에 주한미군 韓근로자 무급휴직도
2019년부터 적용되는 제10차 협정은 10차례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해를 넘겨 타결할 만큼 이례적인 협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1년 대한민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1조원을 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1년 10억 달러(당시 약 1조1305억원)를 고수하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결국 2019년 1년 한 해에만 적용하는 협정으로 기간을 조정하고, 액수는 1조 389억원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은 10억 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한국은 유효기간을 양보하면서 급한 불을 끈 것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방한 당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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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의 분담금을 정하기 위해 제11차 SMA 협상이 곧바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1조원 수준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두 배로 늘리라고 요구한데 이어 최대 다섯 배가 넘는 액수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미측은 작전지원(Operation Support)항목의 신설을 촉구했습니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연합훈련에 동원되는 병력과 자산 관련 비용이 이에 해당합니다. 또 한반도에 전개되는 각종 미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역외 미군 정비 지원도 쟁점 사항이었습니다.이는 주한미군 외에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자산의 정비 비용을 우리의 방위비분담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간 우리 방위비분담금이 괌이나 일본에 배치된 미 자산 정비 지원 용도로 활용돼 왔던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위비분담금은 기본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분담하는 개념입니다.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막사, 창고, 훈련장, 작전시설 등의 군사시설 건설비 △탄약저장,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 군수지원비 등 세 가지로 한정돼 있습니다. 양측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2020년 4월 1일부터 두 달여간 한국인 근로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채 비자발적 휴직 상태가 됐습니다.
교착 상태에 있던 11차 SMA 협상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타결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만의 일이었습니다. 한미는 협정 공백이었던 2020년의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방위비 총액을 2019년과 동일하게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2021년의 방위비는 전년 대비 13.9% 늘리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에 비례해 증액하기로 했습니다.
文, 美 평택기지서 트럼프 방한 영접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외교안보 분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책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노력을 기술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국 정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다”면서 “동맹 간에도 국익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익을 우선에 두고 당당하게 임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7년 11월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미군 기지에서 열린 오찬에서 연설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설을 제의하며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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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한 당시 세계 최대 해외 미군 기지인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그를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문 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압박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때부터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협상에 대비해서 그에게 평택미군기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한국의 기여를 각인시키고 싶었다”면서 “내가 당시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그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설명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역대 정부가 100억 달러를 거기에 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따르면 이에 당시 브룩스 사령관은 캠프 험프리스가 미국이 보유한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이고, 최첨단에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를 지원했다는 내용 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기 쉽도록 워싱턴D.C 지도 위에 평택미군기지 지도를 겹쳐놓고 800만 평에 달하는 평택미군기지가 워싱턴D.C.의 6분의 1 크기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면적은 3410㎡인데, 평택미군기지가 약 7.86배 넓다”고 소개했습니다.
주한미군 직·간접지원, 주일미군 대비 80%
문재인 정부는 당시 미측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반박하고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주한미군을 위한 한국의 기여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5년 기준 연간 9300억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 외에 주한미군에 1년 4조5200억원 규모의 직·간접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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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지원병력인 카투사에 대한 지원과 사유지 임차료, 기지주변 정비 등의 재정지출이 직접적 지원 분야입니다. 용산기지 평택 이전 등으로 인해 파생된 한미 간 특별협정 비용과 반환공여구역 토지매입, 반환기지 토양오염정화 비용 등 ‘한시적 비용’도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토지 임대료 면제, 제세·공공요금 감면, 도로·항만·공항 이용료 면제 등 2015년 간접지원액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이같은 지원은 일본의 80% 수준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일본 주둔 미군 병력은 6만2000여명으로 2만8000여명인 주한미군 보다 2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훨씬 높은 수준으로 미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주둔 미군에 대한 직·간접 지원 규모는 2015년 당시 방위비분담금 포함 6조7758억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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