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에서 터득한 노하우, 리더십으로 재전환
오픈AI와 전략적 제휴…’신의 한 수’ 평가
[아로마스픽(94)]5.20~24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레드몬드 캠퍼스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코파일럿+(플러스) PC’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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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 돌파구에 가까워진 것 같다.”
100%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최선의 솔루션을 찾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지금까진 미지의 세계처럼 남겨졌던 영역에서 발굴한 성과였기에 남다른 성취감도 묻어났다. “우리가 컴퓨터(PC)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PC가 우리를 이해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던진 색다른 셀프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이 그랬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선장인 사티아 나델라(57)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 캠퍼스에서 가진 미디어 콘퍼런스를 통해 내비친 자신감이다. “지금까지 출시됐던 제품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인공지능(AI)까지 지원하는 윈도 PC이다”며 ‘코파일럿+(플러스) PC’로 명명된 야심작을 공개하면서다. 오픈AI의 최신 생성형 AI 버전인 ‘GPT-4o(포오)’가 내장된 이 제품엔 초당 40조 회의 연산까지 가능한 성능을 탑재, 애플 노트북 라인업인 맥북에어보다 AI 작업 처리 속도가 58% 뛰어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는 이어 “우리는 복잡한 작업을 완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추론 기능을 갖추게 됐다”며 “이제 컴퓨터가 우리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MS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뜨거운 감자’인 생성형 AI 분야에서 ‘챗GPT’로 주도권을 거머쥔 오픈AI와 일찌감치 한 배에 탑승한 후, 파격적인 행보로 연일 주목받고 있다. 생성형 AI와 관련된 이슈가 사실상 양사의 주도하에 선점되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MS(NAS:MSFT) 시가총액은 최근 3조2,000억 달러(약 4,363조2,000억 원) 선에 육박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AI를 내장한 신제품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불과 10년 전,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 한물간 기업으로 치부됐던 굴욕적인 순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 변곡점의 중심엔 지난 2014년, 위기에 빠진 MS를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나델라 CEO가 자리하고 있다.
학창시절 크리켓 스포츠와 시(詩)에 관심을 보였던 인도 출신 공학도…MS 수장 발탁
2014년 2월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캠퍼스에서 이 회사 제3대 최고경영자(CEO)로 이날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운데)가 초대 CEO인 빌 게이츠(왼쪽), 제2대 CEO인 스티브 발머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M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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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델라 MS CEO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자국 내 중부 지역인 하이데라바드 출신인 그는 지난 1967년 고위 공무원인 부친과 대학 교수였던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높았던 곳으로 유명한 인도였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에게 학업을 강요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였을까. 학창 시절, 그는 공부 이외에도 문학과 체육 등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문학 분야에서도 특히 시(詩)에 애착을 보였던 그는 훗날 MS 수장에 자리한 이후 “시는 마치 코드와 같다”며 “산문으로는 아주 많은 문장과 페이지를 써서 묘사할 것을 시에선 불과 두 줄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핵심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스포츠에도 진심으로 다가갔다. 그는 한때, 야구와 유사한 형태인 크리켓에 빠지면서 장래 희망까지 운동선수로 고민했을 만큼 심취했다. 그는 지금도 주변 지인들에게 “고교시절, 크리켓부 대표선수로 뛰면서 팀워크와 리더십을 배웠는데, 이 부분이 평생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하면서 크리켓에 대한 상당한 애착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크리켓에 체득한 노하우를 비즈니스에 적용, 특유의 리더십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크리켓은 1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교대로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가면서 방망이(베트)로 공을 치는 게임으로, 다득점한 팀에 승리가 주어진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정작 그는 대학 진학 시점에선, 또 다른 관심 분야였던 과학 기술 부문으로 진로를 선회했고 인도의 매사추세츠공대(MIT)로 알려진 망갈로드대 산하의 마니팔공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이어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위스콘신-밀워키대에서 전산학 석사 학위를 받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현재 오라클에 인수)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본격적인 MS 합류는 학업을 완전히 마치기 전부터 시작됐다. 그가 시카고대 경영전문석사(MBA) 과정에 재학 시점이었던 1992년 MS에 평사원으로 입사하면서다. 이로 인에 그는 매주 금요일 밤 시카고행 비행기로 학교 주말 수업을 듣고, 주중엔 다시 MS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 레드몬드로 돌아와 기업 서버용 운영체제(OS)인 ‘윈도 NT’ 설계 팀에서 일했다. 그가 MBA 취득에 2년 반이란 시간이 걸린 까닭이다. 평범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출발, MS 최고경영진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조직문화 바꾸고 사업 노선 전면 수정…체질 개선 통해 MS 정상궤도에 재진입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컨벤션 센터 서밋 빌딩에서 열린 연례개발자회의 ‘MS 빌드 2024’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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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에 입사한 그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 MS 비즈니스 솔루션스 사업부의 연구개발 책임자 자리에 기용된 그는 2006년엔 이 사업부 전체 책임자로 호출됐다. 이어 2008년엔 검색, 포털, 광고 담당 선임부사장에 임명되면서 '빙' 사업을 안착시켰고 2011년엔 서버와 툴 비즈니스 사업부 사장으로 발탁됐다. 2년 뒤인 2013년, 조직 개편이 단행된 후엔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았다. 그렇게 회사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는 입사 22년 만인 2014년, 마침내 MS 컨트롤타워에 올라섰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처지였다. 당시, MS는 안팎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터. 당장, 외형적으론 급부상한 모바일 기기에 주목하면서 발 빠르게 태세를 전환한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MS는 기존의 PC 분야에만 집착, 스스로 늪에 빠진 모양새였다.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은 이미 지독한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가운데 도전 의식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고 진단한 그는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경직됐던 사내 문화부터 변화를 꾀했다. 그는 먼저 본인의 경영 전략 제시보단 직원들의 얘기를 먼저 듣는 경청 방식으로 구성원들에게 다가갔다. 직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단기 실적 향상에만 주력했던 이전의 평가 방식 대신 중·장기 목표 공유와 더불어 이 과정에서의 상호 소통에 더 높은 점수를 부과했다.
경영 전략 또한 대폭 수정했다. 고인 물로 평가됐던 ‘윈도’와 거리 두기에 나선 한편 가상저장장치인 ‘클라우드’와 'AI' 부문으로 눈을 돌렸다. 공격적인 전략도 구사했다. 모바일 시대에 대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인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약 31조 원)에 인수(2016년)한 데 이어 글로벌 게임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687억 달러(약 82조 원)에 접수(2022년)했다. 특히, 지난해 1월엔 ‘챗GPT’ 출시와 더불어 생성형 AI 시대를 태동시킨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7조7,000억 원) 투자로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차세대 먹거리까지 마련했다. 그가 지난해에 CNN비즈니스로부터 ‘2023 최고경영자’로 선정된 배경이다. CNN 비즈니스는 “2023년 나델라의 결정은 실리콘밸리에서 수십 년 만에 나온 가장 중요한 혁신인 AI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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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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