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골프장 익사에 “중대시민재해 고려”
해외의 한 골프장의 연못(워터해저드)에 설치된 안전시설. 이 사진은 이번 사고와 관계가 없습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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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남성이 카트를 타다 인공연못에 빠져 숨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중대재해처벌(중대시민재해)가능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인공연못은 골프코스내에 빗물저장시설 용도로 설치됐다. 또 골프게임 난도를 높이기 위한 ‘워터해저드’ 역할도 한다.
24일 서귀포경찰서는 “열흘 전 서귀포시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 수사를 이날부터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강수대)에 넘겼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은 2022년 제주경찰청 강수대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한 의료·안전 사고 수사팀을 신설했다.
경찰은 그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골프장 직원을 불러 조사를 했다. 또 사고가 난 카트 조작에 이상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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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탄 카트 연못에 빠져 남편 사망
사고는 지난 14일 오후 4시 51분쯤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50대 A씨가 몰던 카트가 아내 B씨(50대)를 태우고 정차한 상태에서 후진 기어를 넣은 이후, 코스 안 경사로를 따라 인공 연못에 빠졌다. 경찰은 “연못 최대 수심이 3m에 달할 정도로 깊고, 바닥에 비닐이 깔려 미끄러운 만큼 빠져나오기가 힘든 환경인데, 방지턱 등 안전시설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카트와 함께 물에 빠진 A·B씨는 다른 골퍼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닥터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결국 숨졌다.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A씨가 음주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골프장에서는 2006년 11월에도 골프를 치던 50대 남성이 수심 3m 연못에 빠진 로스트볼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제주지역 골프장은 이 사고를 계기로 인공연못 주변에 구명환을 구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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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시민재해 실제 적용은 미지수
골프장 위 카트 이미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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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뿐 아니라 공중이용시설이나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사업주 등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공중이용시설이나 지하철·버스 등 공중교통수단에서 관리상 결함 등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 사업주도 처벌받는다.
이번에 사망사고가 난 골프장 해당 시설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 지가 법 적용 관건이다. 공중이용시설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건축법상 건축물이면서 전체 연면적이 5000㎡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건축물로 볼 수 있으나 골프 필드를 건축물로 보기는 힘들다. 또 사고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한 인력과 시설, 예산, 점검 등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2022년 4월 전남 순천 모 골프장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익사 사고에서도 이런 이유로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받지 못했다. 당시 공중이용시설에 골프장이 포함되는지 법리를 검토한 결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어렵더라도 조사를 통해 연못 주변 안전조치를 소홀히 했거나 이용객에게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지 않은 사실 등이 밝혀지면 담당 실무자에게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해 법리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며 “현재 입건된 사람은 없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골프장 관계자 등이 피의자로 전환돼 경찰 수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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