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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이란 대통령 사망, 푸틴·김정은 애도…"美제재 탓 추락"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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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이란 곳곳에서 추도회가 열렸지만, 일각에서는 환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튀르키예 등을 비롯해 미국도 공식 애도를 표한 가운데 이란 측이 미 제재를 사고 원인으로 언급해 미국과 공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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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 모인 시민들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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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AFP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기도회가 열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지 언론은 테헤란 중심가 발리아스르 광장 등에는 검은 차도르를 쓴 여성들이 모여 흐느껴 울고, 이슬람 경전 쿠란을 암송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2022년 '히잡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환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많은 이란인이 라이시의 죽음에 애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불꽃놀이를 하거나 춤을 추는 이들의 단속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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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7월 이란 테헤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라이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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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한 20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5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이란에선 모든 체육·문화·예술 활동 등이 중단된다.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은 오는 22일 테헤란에서 치러지며, 대통령 보궐선거는 내달 28일 진행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모하마드 모흐베르 대통령 직무대행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 알리 라리자니 전 국회의장 등이 경쟁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인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최고지도자 자리를 두고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고위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 사이에서 치열한 권력 다툼이 일 것이라 전망했다.



푸틴·김정은 애도...미국도 "공식 애도" 표명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이슬람권을 비롯한 각국에서 애도 메시지가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 대통령 직무 대행을 맡은 모흐베르 제1 부통령과 20일 통화에서 "사망한 라이시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의 우호 관계 발전에 귀중한 공헌을 한 믿음직한 파트너"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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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했던 헬기 잔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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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모흐베르 대행에게 "고통스러운 시기에 튀르키예는 이란의 편에 서 있다"고 위로했고, 이란과 오랜 우방 관계인 북한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파키스탄, 레바논, 이라크 등이 각각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란과 오랫동안 갈등해 온 미국 정부도 공식적인 애도를 표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헬기 추락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과 다른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에 따라 우리는 인권 및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 및 그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역시 "역내 안보 저해 행위에 있어서는 이란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美 제재로 헬기 추락"...美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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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에서는 라이시 대통령이 탄 노후 헬기가 기술적 고장으로 추락했으며, 이는 미국의 오랜 제재 탓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항공 산업에 제재를 가한 미국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해당 헬기는 벨-212 기종으로 미국 업체가 1968년부터 1998년까지 생산한 제품이다. 이란 정부가 언제 도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란은 1979년 친미 왕조를 축출한 혁명 이후 미국에서 여러 제재를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5년 이란의 민간 항공기 유지·보수를 막는 제재를 가해, 이란은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란 측의 주장에 대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악천후 상황에서 45년 된 헬기를 띄우기로 한 책임은 이란 정부에 있다"고 맞받아쳤다. 존 커비 보좌관 역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미국 책임론을 일축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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