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각) 성명에서 “미국은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및 다른 대표단 구성원들이 이란 북서부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것에 공식적인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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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는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가운데 우리는 인권과 근본적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 한다”고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애도 성명은 관례적인 것이며, 라이시 대통령이 인권을 탄압하고 하마스를 지원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방 제재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란과 적대적인 관계임에도 공식적인 애도 표명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상태다.
애도 표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아닌 매슈 밀러 대변인 명의로 발표됐다. 이란과 외교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중국·튀르키예 등은 국가 수반이 직접 애도를 표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이날 화상브리핑에서 “조의를 표한 것은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라이시 대통령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등 인권탄압과 역내 테러 세력을 지원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며 “그는 손에 많은 피를 묻힌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추락 전 헬기에 앉아 있는 이란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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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매우 불행한 헬기 추락”에 의한 사망이라며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현 단계에서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떤 통찰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란 사람들이 조사하고 있고, 할 것이며, 우리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살펴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그 추락 사고에서 한 역할은 없다”며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한 “우리의 군사대비 태세를 발표할 것이 없다”며 “현 단계에서 꼭 광범위한 지역 안보상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한다. 서방의 제재로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어 유지 보수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대해 커비 보좌관은 “미국의 제재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완전히 근거없다"면서 "모든 국가는 그들 장비의 안전과 신뢰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고, 민간 항공도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을 비난할 방법을 찾으려고 또다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미 국무부 밀러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제재 체제에 대해서 전혀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며 “이란 정부는 테러를 지원하는 장비 수송에 항공기를 이용했고, 우리는 이란 정부의 항공기 사용을 포함해 제재 이행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로 이란의 대외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있다.
커비 보좌관은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 계속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이는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라며 “그렇기에 이란의 행동에 어떠한 변화도 예상하지 않으며, 이란은 미국이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한 변화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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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은 라이시 대통령 사고 이후 미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 작업에 다소 난항을 겪었던 만큼 관련한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밀러 대변인은 “이란 정부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았다”며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떤 해외정부의 요구에도 그렇듯이 우리는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지원을 제공할 수 없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얘기하지 않겠다”도 했다.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은 지난 19일 북서부 아제르바이잔 국경 지역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다 헬기 추락 사고를 당했고, 반나절 넘어 탑승자 9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산악 지형이었던 데다 안개와 낮은 기온 등 악천후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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