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에선 대사체 수치 최대 60배 검출
운전 당시 수치, 정상적 운전 여부 밝혀야
트로트 가수 김호중. SBS FiL, SBS M ‘김호중의 산타크루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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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수 차례 거짓 해명 끝에 음주운전을 인정하긴 했지만, 수사기관이 음주운전 관련 행위를 그의 공소사실에 포함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상죄 의율을 위해선 '운전 당시 음주운전 기준을 넘은 상태였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최근 도입한 음주대사체 검사가 김호중의 음주운전을 입증할 과학수사의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김호중의 소변을 이용한 음주대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인체가 알코올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부산물이 발생하는데, 이 부산물 수치를 통해 음주 여부와 시점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학수사로 밝힌 김호중 음주운전
김호중은 사고 이후 약 17시간 만에 출석해 경찰에서 음주측정기(호흡 검사) 검사를 받았다. 이때 혈중알코올농도는 단속 기준(0.03%) 미만이었다. 경찰은 음주 후 약 8시간이 지나면 호흡 검사로 음주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 김호중 동의를 얻어 소변을 채취해 국과수에 보냈다. 음주운전 수사에 밝은 한 경찰관은 "단순 음주 측정에서 소변검사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김호중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정황이 있어 소변 채취를 시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혈액에서 음주 후 경과시간(분)에 따른 에탄올, EtG, EtS 농도변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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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가 2018년 도입한 음주대사체 검사는 사흘 전 술을 마신 시점도 추정할 수 있는 기법이다. 음주 뺑소니 사고, 적발 후 술을 먹는 수법, 채혈 시 알코올 솜이나 구강청정제로 오염되었다고 주장하는 ‘지능형 음주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국과수에 따르면, 검사 도입 후 매해 평균 2,000건 이상의 감정이 이뤄져 지난해까지 약 1만300여 건의 감정이 진행됐다.
음주대사체 검사는 에탄올보다 인체에 더 오래 남아있는 에탄올 대사체 에틸글루쿠로나이드(EtG)와 에틸설페이트(EtS)를 분석한다. EtG는 에탄올이 최고농도에 이른 후 약 3시간 후에 최고농도에 이른다. 소변 샘플 속 대사체를 검출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분리하고, 개별 화학물질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가 사용된다.
국과수는 이 분석을 통해 "사고 전 이미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체 분석에서 나온 김호중의 EtS 농도는 소변 1리터당 6.41mg이었고, EtG 농도는 6.83mg으로 알려졌다. 음주 판단 기준 농도는 EtS 0.10㎎, EtG 0.50㎎이어서 김호중의 경우는 기준치의 13~6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나중에 먹은 맥주 문제될 수도
김호중이 인정했고 국과수 소견이 나왔지만, 수사기관이 넘어야 할 난관은 지금부터다. 법원은 단순히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운전 기준 수치를 넘어섰는지(도로교통법) △운전 당시 음주로 인해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는지(특가법)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 김호중은 사고 직후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했는데, 나중에 재판에서 "사고를 낸 뒤 마신 술이 반영된 수치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음주대사체 분석의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검찰이 김호중의 음주운전 수치를 명확히 특정해, 그에게 관련 혐의를 적용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호중이 사고 이후 마신 맥주로 인해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가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후 술을 마셔 단속을 피하는 '술타기' 수법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는 단속의 한계 지점이다. 대검찰청은 이번 김호중 사건과 관련, 음주 교통사고를 낸 후 의도적으로 다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 신설을 법무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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