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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맥도날드 먹고 4인가족 10만원?…美고물가에 소비패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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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맥도널드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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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기변동과 무관한 소비재 지출의 패턴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물가급등으로 소비자들이 근본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고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CNBC는 더 높은 물가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멕시칸 레스토랑 프렌차이즈인 치폴레의 부리또볼과 유럽휴가는 여전히 인기이지만 빅맥(맥도날드)과 주방 리모델링은 가계소비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실적 관련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홈디포(집수리 공구 프렌차이즈) 등은 실망스러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면에 치폴레와 스위트그린(샐러드 프렌차이즈), 델타항공은 예상 밖의 성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맥도날드 CEO(최고경영자)인 크리스 켐프진스키는 지난 4월 말 회사내부 회의해서 "소비자들의 일상 지출 물가가 높아졌기 때문에 모든 비용에 대해 차별화를 하고 있다"며 "내부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맥도널드는 이전까지 한화로 1만원 이내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저소득층의 주요 점심 저녁 식사로 애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원가 급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4인 가족 기준 햄버거 세트 메뉴를 주문할 경우 10만원 안팎까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회사 측은 최근 5달러 짜리 특판 가격을 제시한 메뉴를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2년 넘게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전년비 물가상승률(CPI)은 3.4%에 달했다. 여기에 가계 저축률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휘발유나 임대료, 식료품 비용이 더 높아짐에 따라 신용카드로 일상 청구서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주 트랜스유니언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소비자의 신용카드 빚은 6218달러로 전년비 8.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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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맨해튼 중심가 스타벅스 커피 판매장 앞에서 노조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공정한 일정과 임금'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내 2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노조는 회사가 임금 인상과 인력 보충에 관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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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와 피자헛, 스타벅스는 지난 1분기 매장 평균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홈디포는 가계가 집수리를 미루면서 실적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1분기에 아이폰 판매량이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이제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꾸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인 브렛 하우스는 "지난 2년간 외식비와 식료품비, 연료비, 휘발유, 임대료, 생활비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품목들이 많이 올랐다"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더라도 이젠 그들의 절대가격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올 여름 휴가비용은 줄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항공사인 델타항공 CEO 에드 바스티안은 4월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여행을 자신에 대한 재량 투자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와 라이벌인 유나이티드 등도 올 여름 일본 같은 미국인 선호 국제 여행지 노선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인들은 지난해에 이어 적어도 올 여름까지는 팬데믹에 눌렸던 여행소비를 줄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상품보다는 경험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고소득 소비자들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보다는 약간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치폴레 같은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을 선호하고 있다. 치폴레 역시 패스트푸드이지만 이미 만들어진 패티고기가 아닌 야채 위주의 건강식을 바라고 있다는 방증이다. 치폴레의 매장 평균 매출은 1분기에 유동고객이 5.4% 증가한 데 힘입어 7% 증가했다.

고소득 소비자를 지향했지만 매출이 줄어든 스타벅스도 눈에 띈다. 이들은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지만 매장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연간 전망치마저 낮춰 주가가 폭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가 사라 세내토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거진 불매 운동이 여전히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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