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적 요인 가능성 적어…경찰, 화재 현장 배회한 남성 행방 추적
불에 탄 전주 세월호분향소 기둥 |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한밤중에 전북 전주 세월호분향소에서 난 화재 원인을 두고 경찰이 방화 또는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20일 전주완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전북자치도소방본부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했다.
감식반은 가장 심하게 타 발화 지점으로 의심되는 천막 왼쪽 기둥과 그 옆 돌기둥을 집중적으로 감식했다.
천막의 왼쪽 기둥이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돌기둥에 기댄 채 세워져 있는데, 경찰은 이 돌기둥 밑 부분 쪽에서 불길이 크게 솟아오르며 그 인근에 놓여 있던 집기 등이 집중적으로 연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분향소는 전기가 이미 끊겨 있는 데다가, 촛불을 사용하는 제단은 탄 흔적이 없었던 점 등도 방화나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 소방본부도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화재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조사하던 경찰은 사고 직후 근처를 배회한 남성을 확인해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확보해 화재 전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주 세월호분향소서 불…천막 등 타 |
앞서 전날 오후 8시 30분께 전주시 완산구 전동 풍남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에서 불이 나 18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세월호 분향소는 오후 6시까지만 운영돼 분향소 내부에는 활동가가 없었으나, 당시 지나가던 시민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이 초기 진화를 해 불길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이 분향소는 2014년 8월에 세워졌다. 이후 한차례 자진 철거됐다가 다시 설치돼 10여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주시는 2022년 8월 풍남문 광장 주변 상인들의 철거 요청과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겠다고 계고장을 보냈다.
시는 철거를 앞두고 분향소에서 사용하던 전기도 차단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철거 작업을 중단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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