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 스페인 가서 현직 총리와 부인 비판
스페인, 대사 초치 항의 “모든 조처 하겠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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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방문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현지 극우 정치행사에 참석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부인을 공개 조롱했다. 스페인 정부는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라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되레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맞서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지 매체인 엘 파이스는 20일(현지시간)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전날 밀레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전례가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외교 관습과 국가 간 공존의 가장 기본적 규칙을 깼다”고 비난했다. 그는 “스페인의 주권과 존엄을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면서 밀레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주스페인 아르헨티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아르헨티나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불러들일 방침이다.
스페인 정부가 이처럼 분노한 이유는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들의 ‘앞마당’에서 현직 총리와 부인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17일부터 사흘간 스페인을 방문하면서 산체스 총리 등 정부 지도자와의 면담 대신 자신의 저서 출간 행사 등을 열었다. 특히 19일에는 내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가 주최한 극우 정치행사에 참석해 유럽 우파 지지 유세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회주의가 얼마나 해롭고 부도덕한지 보여주는 건 나에게 달렸다”면서 “아르헨티나가 수십 년 동안 사회주의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데올로기 비판에 그치지 않고 산체스 총리와 부인 베고나 고메스를 직접 공격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산체스 총리에게는 부패한 아내가 있어 오염됐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데만 5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가 아내에 대한 부패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24일 총리직 수행을 재고하겠다면서 5일간 공무를 중단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알바레스 외교장관은 밀레이 대통령이 방문 기간 중 고위층 회담 같은 공식 일정이 없었지만 마드리드 인근 공군기지에 전용기 착륙을 허가하는 등 예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은 예우를 다했지만, 밀레이 대통령이 스페인에 대한 정면 공격으로 응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으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간의 관계는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했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 측은 스페인 정부에 사과할 의사가 없다면서 되레 스페인 관료들이 자신에 대한 모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당분간 양국 관계를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스페인뿐 아니라 중남미 좌파 정상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충돌을 빚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성난 공산주의자”로 부르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무지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또 반정부 게릴라 활동을 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을 “테러리스트 살인범”이라고 불러 갈등을 야기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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