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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총기협회 연례 회의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 주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 연례 회의 연설 도중 갑자기 30초 가량 발언을 멈추고 침묵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연설 말미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당시 중계 영상에서 트럼프는 연설 종료를 10분 가량 남기고 투표 독려와 텍사스 주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다 음악 소리가 나오자 갑자기 말을 멈췄습니다. 이후 정면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을 취하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가 하면 다시 앞을 주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이 방송을 타자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 모임인 '바이든의 승리'(Biden's wins)는 SNS에 글을 올려 "트럼프가 유세에서 얼음이 됐다", "그는 분명 대통령직에 부적합하다. 미국인들이 트럼프가 노망이 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이를 리트윗해달라"고 적었습니다. 민주당 측 SNS 제작자는 "트럼프가 30초간 얼음이 됐다"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빠르게 쇠퇴하고 있으며 대선 레이스에서 가능한 한 빨리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0초 간 얼음? 트럼프 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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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연설 도중 원고를 띄워주는 장치인 프롬프터가 잠시 고장 났을 수 있다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청중이 외치는 소리 등을 듣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트럼프 본인의 해명은 뭐였을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바이든 선거운동을 하는 쪽에서 '가짜 이야기'(Fake Story)를 꾸며냈다고 발끈했습니다. 연설 중 간주곡(musical interlude) 세션이어서 잠시 침묵을 지켰을 뿐이란 겁니다. 트럼프는 음악을 사용하는 자신의 연설에서는 30초~60초 간 침묵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연설 동영상은 어땠을까요? 문제의 대목이 나오기 전 트럼프는 텍사스의 독립정신과 그간의 성취 등을 치켜세우며 "텍사스 사람들이 다 함께 미국을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나라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강조했습니다. (Together, they help make America into the single greatest nation in the history of the World.) 바로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내에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트럼프는 침묵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을 응시하는가 하면 잠시 고개를 좌우로 젓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0초 가량이 흐른 뒤, 트럼프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쇠퇴하고 있습니다." (But now we are a nation in decline.)라며 다시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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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설명대로 맥락을 보자면, "텍사스 사람들의 도움 속에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나라가 됐다!" (장중한 음악 속 침묵 후) "하지만 그랬던 미국이 지금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 즉, '과거 최강대국 미국'에서 '이제는 쇠퇴하는 미국'으로 연설이 넘어가는 중간에 '극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 장중한 혹은 다소 애잔한 음악을 삽입했다는 설명입니다. 보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니 이 글에서 트럼프가 당시 정말 얼음이 됐던 건지, 아니면 자기 설명대로 극적 효과를 살리려 침묵을 지킨 건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말 더듬거나 행동 머뭇거림 없어
다만, 화면으로 볼 때 침묵 앞뒤로 트럼프가 연설 중 말을 더듬거나 행동을 머뭇거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해명이 나오기 전 취재 차 화면으로 봤을 때 제가 받은 느낌은 '트럼프 본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기 보다는 프롬프터나 행사 진행에 뭔가 차질이 생긴 것 같다'였습니다. 적어도 지난해 기자회견 도중 건강이상 증세를 보이며 30초 간 말을 멈췄던 미치 매코널 전 공화당 원내대표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보는 사람마다 판단은 다를 수 있고 실제로 당시 트럼프의 상태가 어땠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번 논란이 실제 트럼프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라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또 있을 테니 지켜보면 알 일입니다. 하지만 고령 문제로 공격 받고 있는 바이든 측에서 무리하게 트럼프까지 건강 이상으로 엮으려 했던 것일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키울 수 있습니다. 바이든 81세, 트럼프 77세이니 둘 다 건강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나이입니다. 다음달 첫 TV 토론은 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걸로 보입니다.
(사진=AP,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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