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자 “헬기 탑승 9명 전원 사망”
추락 원인 발표는 아직…외신은 악천후 탓
정세 긴장 불가피…주요 정책 변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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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를 당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사진)이 공식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그래도 살얼음판 같았던 중동 정세가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20일 익명을 요구한 이란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추락으로 완전히 불에 탔다”며 “유감스럽게도 헬기에 탑승한 전원이 추락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에 따르면 당시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 호세인 아미돌라히안 외무부 장관,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시의 이맘 알리 알레하셈과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총 9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튀르키예(터키) 드론이 사고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발견하고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하며 본격적인 수색이 이뤄졌다. 열원이 탐지된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30㎞가량 떨어진 이란 타빌 마을 인근이다.
이란 당국, 추락 원인 발표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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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은 아직 추락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주요 외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를 타고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비·안개 등 악천후 속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2021년 6월 대선에서 62% 지지율로 당선된 라이시 대통령은 미국, 유럽 등 서방,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2022년 한 여성이 히잡을 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사건으로 촉발됐던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란 내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이을 차기 후보로 유력 거론돼 왔다.
AP통신 “중동 긴장 불가피”
AP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행정부 수장이 헬기 추락에 숨진 사건을 연결하며 중동 전역에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1979년 혁명 이후 수십 년간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무장 단체를 우회 지원해 오는 등 중동에서 서방과 이스라엘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는 점에서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아닌 ‘그림자 전쟁’을 벌여 왔지만 라이시 대통령 집권 체제에서 4월 사상 처음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초강경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왔다”며 “찬탈자(이스라엘 당국)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외신은 이스라엘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추락 사건을 이스라엘과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AP통신은 ‘(이번 헬기 사고와 관련)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 정국은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대통령 사망 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할 경우 대통령직은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승계되며 그는 이 기간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WP는 전했다.
다만 이번 사고로 이란의 주요 정책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내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번 사고가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가) 핵프로그램, 가자지구 전쟁 등 뜨거운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이란의 입장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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