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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년간 내연관계였던 남성과 사이에 딸을 둔 여성이 혼인을 거절하는 남성에게 수십여 차례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여성은 내연남에게 ‘법적인 가족관계’ 정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손승우 판사는 지난 2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70대 남성 B씨와 30여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B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게 됐지만 그와 가족이 될 순 없었다. B씨가 혼인을 거부했지 때문이다.
이에 참다못한 A씨는 지난해 3월 한달 동안 B씨에게 전화나 문자를 반복해 보냈다.
A씨는 B씨에게 “법적인 가족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이후 B씨로부터 “더 이상 괴롭히거나 회사로 찾아오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총 60여 차례에 걸쳐 전화나 문자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는 문자에서 ‘딸의 학교 생활’ 내용을 비롯해 ‘집에 언제 돌아오느냐’는 등의 내용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와의 사실혼 관계를 주장한 A씨는 “B씨가 ‘연락하지 말라’고 명백히 말한 적이 없다”며 “전화통화는 B씨와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돼 수차례 건 것이고, 문자는 딸의 성적을 알려주거나 칭찬해주라고 보낸 문자일 뿐 스토킹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판사는 A씨에게 스토킹 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는 법률혼 관계에 있는 가족이 있고, 오래 전부터 A씨가 요구하는 혼인관계를 거절했다”며 “그럼에도 A씨는 계속해 혼인관계를 요구하거나 B씨의 배우자에게 B씨가 A씨와 그 딸과 같이 있는 영상을 보내는 방법으로 B씨의 법률혼을 해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와 B씨가 혼인관계 내지 부양료 문제로 상당 기간 동안 다툼이 있었고, B씨는 이런 상황을 피하려는 입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A씨를 대상으로 긴급응급조치를 신청했다”며 “A씨에게는 2023년 3월부터 4월까지 B씨에게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긴급응급조치가 행해지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는 A씨의 행동들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비록 B씨가 A씨에게 상당기간 양육비 등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은 있지만, 정당한 법 절차를 이용하지 않은 A씨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는 범행을 정당화하면서 반성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B씨를 무고죄로 처벌해 달라며 비난하고 있다”며 “A씨의 스토킹으로 B씨가 정신적 고통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만, A씨와 관계 형성에 있어 B씨에게도 책임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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