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5.18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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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렸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민주의 문에서 직접 맞이하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민주 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유가족 대표들을 태운 버스를 기다렸다. 민주의 문 방명록에는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끈 오월 정신’이라는 글을 남겼다.
유가족 대표들이 도착하자 윤 대통령은 한 명 한 명 목례와 악수로 맞이했고 오른손으로 오월 어머니의 손을, 왼손으로는 민주 유공자 후손의 손을 잡고 5·18 기념탑 앞 행사장까지 함께 걸었다. 지난해에도 윤 대통령은 주요 인사가 아닌 5·18 민주 유공자 유가족들과 함께 입장했는데 올해는 대를 이어 광주의 오월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유공자 후손 대표들도 함께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어진 헌화·분향에서도 윤 대통령은 5·18 유공자 유족 및 후손 대표들과 함께했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기리는 경과보고 역시 유공자 후손 대표인 기승현씨, 조선대 학생 대표 안성영씨가 진행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학생들은 대통령과 유족 대표에게 오월의 의미를 담은 이팝나무 꽃다발을 각각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유가족 대표들과 함께 ‘민주의문’을 지나 입장하고 있다. 2024.5.18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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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다소 강한 표현을 앞세웠던 윤 대통령은 올해는 “5월 광주의 거리에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말투 역시 지난해보다 한층 차분하고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44년 전 5월,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금남로에서, 도청에서 나눠 먹은 주먹밥을 닮은 새하얀 이팝나무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제 5·18의 의미가 과거의 정치적 어젠다에 머무는 대신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위한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 국민이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인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 필요한 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빠른 경제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실현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총선 이후 강조해온 ‘민생 중심 기조’를 부각함과 동시에 집권 3년 차에는 민생 경제 회복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5·18기념식에서 남긴 윤석열 대통령의 방명록. 2024.5.18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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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 도중 광주시의회 5·18 특위 소속 시의원 8명이 ‘5·18 헌법 전문 수록’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5·18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는 양재혁 5·18 유족회장에게 “잘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월 어머니들과 양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함께 불렀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는 노래 제창 순서를 생략하는 등 논란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3년 연속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후에는 좌우에 착석한 유족 대표와 악수한 뒤 곧바로 국립 5·18 민주묘지 1묘역에 안장된 고 박금희, 고 김용근, 고 한강운 유공자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치고 고 박금희 유공자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4.5.18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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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박금희 유공자의 언니인 박금숙씨의 손을 잡고 “건강하십시오”라고 말했고, 독립 유공자이자 6·25 참전 용사이기도 한 김용근 유공자의 아들 김만진 씨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민주화운동 당시 고문의 후유증으로 사망한 한강운 유공자의 아들 한선호씨에게는 “어머니 잘 모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참가했지만 윤 대통령과 따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기념식 후 바로 민주묘지를 떠나지 않고 묘역으로 이동했다”며 행사 진행상 자연스럽게 동선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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