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유재환, '공황장애'는 방패막이가 아닌데 [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가수 김호중에 이어 작곡가 유재환이 연이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공황장애"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김호중이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한 매체는 서울 강남경찰서가 김호중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주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후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호중의 회사 관계자 A씨가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며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은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뒤 귀가했지만,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이에 소속사 측은 "김호중은 지난 9일 저녁 택시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를 했고, 그 사이에 택시 기사님께서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 이후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측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으며,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고 당시 김호중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속사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사고 후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음주측정이 이뤄진 만큼 음주운전 가능성도 제기됐으며, 차량 블랙박스에 메모리 카드가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나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자 소속사 대표는 추가 입장문을 내고 "김호중은 지난 9일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저 이광득과 함께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후 김호중은 먼저 귀가했고 귀가 후 개인적인 일로 자차를 운전하여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듯하다"며 "이러한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사기 및 성추행 의혹을 받고있는 유재환 역시 '공황장애'를 내세우며 논란을 회피해 빈축을 샀다. 유재환은 지난달 작곡 사기 및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작곡비 130만원을 받았지만 공황장애나 이사 등의 핑계를 대며 2년째 곡을 주지 않았다는 것. 뿐만아니라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도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이에 유재환은 "개인적인 일들이 여럿 중첩하여 생겼고, 그러면서 건강의 이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고의로 금전적 피해를 드리려 한 것은 아니다. 곡 작업은 진행은 되었으나 마무리하지 못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자꾸 연락을 피하게 되었고 그 기간이 다소 길어지며 이렇게 불편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환불은 어떻게서든 최선을 다해 해드렸다. 그렇지만 어떤 이유에서도 질타를 받을 행동을 한 점 다시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사과문은 삭제됐고, 추가 폭로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유재환은 1일 새 입장문을 올리고 "한분한분 직접 찾아 추가적으로 원하시는 환불희망자에게 변제날짜도 말씀 드렸다. 다만 금액이 너무 커서 지금 당장 한번에 모든 분께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분할 변제 양해부탁드리고있으며 제가 말씀드린 날짜는 무조건 책임지고 지킬 것"이라면서도 "성추행, 성희롱은 전혀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이번에는 음원 돌려막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17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유재환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들을 다뤘고, 제작진들은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재환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유재환은 "지금 공황장애 때문에 힘들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금치산자"를 언급했던 것에 대해서도 "파산 맞다"고 인정하며 "제가 공황장애 약 먹은지가 7년, 8년이다. 뭔가 판단하기에는 제가 지금 너무 어려운 상태인 것 같다"고 힘듦을 호소했다.

현대사회에는 우울증, 공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들이 만연해 있다. 치열한 일상을 견뎌내느라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지 못해 곪아가는 사례가 나날이 급증하는 것.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많은 연예인들이 번아웃 경험을 고백하는데 이어 불안장애로 인해 활동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정신질환은 결코 가볍지 않으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괴로운 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는 방패막이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게 사실이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꾸며낸 말이든 정신질환을 내세우는 것은 자칫하면 해당 질환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만들수도 있을 뿐더러,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교통사고 후 도주하거나 작곡 의뢰를 받고 차일피일 미룬 것이 "공황장애와 무슨 관련이 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선택적 공황"이라는 비아냥도 뒤따랐다. 실제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의 분노 섞인 댓글도 있었다. 죄를 덜려다 비난만 더 키운 셈이다.

이 가운데 두 사람은 논란 속에서도 활동을 강행할 예정이다. 김호중 소속사는 "당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을 악속 드린다"며 "예정되어 있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 / 김천, 월드유니언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은 일정 변동 없이 진행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재환은 "재판이 모두 끝나는 날까지 연예계 방송계에서 발 떼겠다"라면서도 "혹시라도 저랑 작업해서 후다닥 끝내는게 나으시면 저 뒤끝없으니 열작업해드리겠다. 음악가로서 정말열심히 해드리겠다. 명예가 달린 문제여서 최선의최선을 다 하겠다"며 작곡 프로젝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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