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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학원 강사가 학교에 재시험 요구? 중등교사 노조 “‘졸업’, 스승의 날 앞두고 韓공교육 왜곡된 시선”[SS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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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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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담았다. tvN ‘일타 스캔들’(2023)과 JTBC ‘SKY 캐슬’(2018)이 사교육 풍토를 그렸다면, 11일 첫 방송된 tvN ‘졸업’은 사교육과 공교육의 대립 현실을 꼬집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공교육을 무시하는 것처럼 그렸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학원 강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이 있으면 그와 갈등을 겪는 인물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졸업’의 경우 학원 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고교 교사를 대립하는 인물로 그렸다. 전자는 학생들의 등급 사수를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 ‘대치체이스’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이고, 후자는 자존심 강한 찬영고 교사 표상섭(김송일 분)이다.

서혜진과 표상섭 사이 갈등은 찬영고 중간고사 국어 11번 문항을 두고 학생의 해석과 교사가 생각한 정답이 엇갈린 상황으로 시작됐다.

신경림의 시 ‘농무’ 속 ‘신명난다’란 표현이 역설적 상황 속 표현이라는 관점과 반어법이란 관점이 충돌하며 중복 답이 나왔다. 서혜진은 학생에게 이의 제기를 해보라고 권유했고, 학생들은 담당 국어 교사인 표상섭(김송일 분)을 찾아갔다. 하지만 표상섭은 학생들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풀이 죽은 학생들에게 “인사는 안 하냐”며 권위주의적인 면모도 보였다.

학부모들은 학원에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서혜진이 교과위원회를 열라고 권했지만 학부모들은 머뭇댔다. 결국 서혜진은 학부모로 위장해 직접 표상섭이 재직 중인 찬영고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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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tvN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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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섭은 11번 문항에 이의를 제기하는 서혜진이 학부모가 아닌 학원 강사인 것을 눈치챘다. 그는 서혜진에게 면박을 줬고 떠나려는 서혜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실랑이를 벌였다. 손찌검도 모자라 “감히 공교육에?”라며 학원 강사를 ‘기생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교육자임에도 심각한 인성 문제를 보였다.

이후 학교 측은 계속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의 제기에 재시험을 결정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표상섭은 서혜진을 따로 불러 자신의 행동에 용서를 구하면서도 ‘긴 싸움’을 선언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교사와 강사로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처럼 ‘졸업’은 첫 회부터 사교육과 공교육의 첨예한 대립을 그렸다. 극 중 “학교는 그저 내신만 따는 곳이고, 선생은 학생부나 써주는 사람이다”란 대사를 통해 현재 무너진 공교육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극 중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닌 학원 강사를 더 신뢰하고 따르고 있다.

하지만 서혜진이 직접 학교에 찾아가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교권을 침해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무너진 공교육 때문에 국민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표상섭의 인성을 나쁘게 묘사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한 시청자는 “학원 강사가 학교에 찾아오다니. 이런 구성은 공교육을 더 무너지게 한다”고 반응했다. 또한 “시험 문항을 학교 선생과 논의하다니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시청자는 “학원 강사의 의견에 따라 문제를 재출제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며 “공교육에 대해 예민한 요즘인데 아무리 허구성 있는 드라마라 하더라도 현실의 학교를 돌아보고 반영했어야 한다”고 개연성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교사가 낸 문제를 낡았다고 표현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좋아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현직 교사들도 들고 일어났다. 13일 중등교사노조 측은 “드라마 ‘졸업’ 1회 방송 내용 중 ‘고등학교 재시험 요구 사건’과 관련된 내용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등교사노조는 “해당 내용에 대한 과도한 극 중 묘사와 설정은 공교육 일선에서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한국 공교육 현장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특정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데에 공교육 현장에 대한 오해와 이분법적 사고를 불러 일으킬 만한 과도한 설정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방송 이후 유튜브 등에서는 이미 ‘막말하는 (학교) 선생님 압살하는’, ‘출제 오류 사태 말빨로 사로잡은’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편집본 컨텐츠가 생성됐다. 이는 스승의날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공교육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극 중 서혜진이 재시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찍히면 어떡해요 학생부” “수시 생각하면 일 키우지 말아라” “수능에서 사라졌습니다. 낡았으니까요” “어차피 학생부 때문에 애들이 문제 제기를 세게 못할 거라는 거” “인질로 잡혀있는 학생부 앞세워 교권을 참칭하는 게 문제입니까”란 대사를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입시에 종속되어 교육과정과 평가가 기형적으로 운영되어 온 중등교육의 존재 이유와 본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가 교육과정의 본질을 살리며 운영해 나가려는 중등 교사들의 노고와 고뇌를 깊이 있게 성찰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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