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4일 재량휴업에 들어간 세종시 한 초등학교 교실이 비어 있다/사진=뉴스1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현직 교사 10명 중 2명 남짓이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이래 같은 조사를 시행한 결과 역대 최저치다. 최근 불거진 교권 침해 사건 등으로 교직에 대한 인식이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답이 19.7%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2012년부터 교총이 진행한 9번 설문을 통틀어 역대 최저 수준이자 첫 10%대 기록이다.
2012년 실시된 첫 설문에서는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답이 36.7%였다. 이후 2016년 52.6%로 올랐다가 2019년 39.2%, 2022년 29.9%, 2023년 20.0%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응답은 올해 21.4%에 불과했다. 2006년 첫 설문(67.8%)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데다 역시 같은 취지의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였고,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 잡무'(22.4%)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3월부터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됐지만 교원 67.5%는 현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고, 응답자의 5.9%는 '이전보다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교권5법 시행 후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 37.7%는 교권5법 시행 후 악성 민원이 줄었다고 답했고, 32.9%는 학생의 교권 침해도 줄었다고 답했다.
한편 현장 책임감이 높다는 이유로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학교 현장체험학습에 대해서도 52.0%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원 93.4%는 학교 현장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난다면 학부모 민원과 고소·고발이 걱정된다고 답했고, 실제로 이런 일을 겪거나 겪은 이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9%나 됐다.
가장 시급한 정책적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교원의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보장·보호 강화(3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교육활동과 무관한 교원의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폐지(24.1%),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 정규 교원 확충(11.9%), 학교·교원에 대한 존중 문화 확산(11.2%)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 정치 기본권 확대는 4.0%, 디지털 수업 전문성 향상은 0.4% 등 소수 의견도 나왔다.
교총은 "교원들이 갈수록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며 "회복할 수 없는 단계가 되기 전에 특단의 교권 보호 법·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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