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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세계 최강 해군을 보유한 美 조선업의 민낯[윤홍우의 워싱턴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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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조선업 부활 위한 긴급한 국가 전략 필요"

글로벌 점유율 1% 추락···中은 글로벌 1위 아성

조선업 보호주의가 혁신, 전문화, 효율성 저해시켜

안보위기와 직결···"조선없이 강한 해군 존재못해"

결국 韓日에 SOS 보낸 美···실익으로 연결시킬 기회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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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는 ‘국가 해양 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서(미국의 해양 능력 복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왔다. 마코 루비오(공화 상원), 마이크 월츠(공화 하원), 마크 켈리(민주 상원), 존 가라멘디(민주 하원) 등 양당의 주요 상·하원 의원들이 발표에 참여했다. 핵심 내용은 ‘미국의 조선·해양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긴급한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루비오 의원은 “미중 경쟁이 21세기를 정의할 것이고 양국 갈등이 가장 치열한 곳은 해상”이라며 범국가적 대응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미 해양 능력 복원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미 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 조선업의 참혹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75년 한 해 70척의 상업용 선박을 생산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조선업은 50여 년이 흐른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1%의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중국 조선업은 정부의 대대적인 보조금 등 전략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1위로 올라섰는데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원양용 선박은 무려 1000척 이상으로 고작 10척을 생산한 미국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해양 강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조선업이 몰락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존스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1920년 제정된 이 법은 미국 선박만이 미국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게 하며 이들 선박은 미국이 만들고 소유하고 운항하도록 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는 “존스법은 미 조선업을 국내 시장에 종속시켜 규모 확장, 효율성, 혁신 및 전문화를 저해했고 결국 퇴보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이 건조하는 유조선의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 약 4배 이상 비싸 존스법의 보호가 아니라면 조선업의 명맥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 해군은 이를 국가 안보적 위기로 본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은 지난해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조선업과 해운업이 강하지 않은 나라가 위대한 해군을 가졌던 전례는 없었다”며 상업용 조선 시장에서 미중 간의 격차가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위대한 해군 전략가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의 저서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지도부는 머핸의 이론을 읽고 연구했으며 그들의 행동이 그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가 최근 중국 조선·해양·물류업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한 것은 중국 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공포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전미철강노조를 비롯해 5개 노조 단체가 중국을 상대로 조사 청원을 하면서 시작됐으나 사실상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려는 정부와의 교감 속에 청원이 이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조사의 최종 목표가 중국의 조선업 능력 약화, 특히 중국 챔피언인 중국국영조선공사(CSSC)를 겨냥한 것으로 본다. CSSC는 글로벌 조선 시장을 지배하며 인민해방군을 위한 군함을 생산하는 중국 민군융합전략의 핵심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 무역 압박을 강화한다 해도 수십 년에 걸쳐 무너진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복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이다. 이미 미국 내 조선소들은 설비 노후화와 높은 인건비에 시름하고 있으며 공급망이 무너져 원자재와 부품 조달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 군함의 유지·보수(MRO)를 한국과 일본 회사에 맡긴 것이 그 시작이며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결국 군함 제조까지 동맹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미중 경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 산업의 취약점을 우리의 실익으로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산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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