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배분 결정’ 집행정지 항소심 결정
인용 시 내년도 증원 사실상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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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다음주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의료계가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내년 의대 전형에 속도가 붙겠지만, 인용되면 사실상 내년 의대 증원 계획은 좌절된다.
전공의 중 고연차 레지던트는 수련 기간 중 석 달 넘게 이탈하면 내년 전문의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그 마지노선이 이달 말이어서 법원이 기각 결정으로 정부 손을 들어준다면 전공의들의 일부가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예상된다.
12일 정부와 법원,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다음주 중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서울행정법원의 1심에서는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법령상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 최종 확정되는지, 증원 규모 2000명은 어떻게 도출했는지 등 의대 증원 근거 자료 제출을 정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정부에 요청해 의료계는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재판부의 요청에 대해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의료현안협의체 보도자료·브리핑 내용, 각계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전문위원회 회의록과 녹취록, 교육부의 의대정원 배정위원회 회의 내용 정리 자료 등을 제출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들 회의체의 회의 내용 존재 여부와 제출 계획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실상 증원이 확정된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에 의대 모집인원을 반영해 증원을 최종 확정해야 하는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양측 모두 재항고를 통해 결정을 뒤집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정부가 내년도 입시에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재항고를 하면 고등법원에서 적절한지 심사를 하고 관련 서류를 대법원으로 옮겨야 하고, 대법원 내에서 배당도 이뤄져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는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이 반영되도록 법적 절차를 밟으면서 증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법원 결정으로 내년도 증원이 좌절되더라도 이탈 중인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유예가 아니라, 정부의 증원 계획 전체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각이 된다면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일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상 의대 모집인원을 취합해 증원 규모가 1469~1509명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후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했지만, 일부 대학들은 법원 결정 이후로 개정을 미뤄놓은 상태다. 기각 결정이 나면 이렇게 미뤘던 대학들이 개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이 마무리되고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했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한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면 이런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일부 복귀 움직임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전공의의 상당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복귀하고 싶어도 동료들의 눈길이 부담돼 혹은 행동을 되돌릴 명분이 없어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결정이 사실상의 ‘‘증원 확정’을 의미하는 만큼 집단행동으로 의료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이는 ‘복귀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대생들의 집단휴직에 이어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휴진까지 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할 카드도 많지 않다.
여기에 조만간 이탈한 고연차 레지던트들이 전문의 시험을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전공의들에게 압박일 수밖에 없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될 수 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지난 2월 20일을 전후에 현장을 이탈한 만큼 이달 20일을 전후해 수련 기간 공백이 3개월을 초과하게 된다. 이 경우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레지던트 3·4년 차는 2025년이 아닌 2026년 초가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다.
이런 복귀의 ‘마지노선’은 법원 결정이 나온 뒤여서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온 뒤 대대적인 전공의 지원책 등 유화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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