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속적 관심, 5·18 지원 토대 마련돼야"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오월 단체·시민 사회 관계자들은 5·18 단체들의 곪아가는 갈등으로 시민 피로감이 극에 달해 간다고 입을 모은다.
5·18 경험 세대와 비 경험 세대가 공존하는 시기, 경험 세대 간 갈등 탓에 후대에는 오월 정신이 계승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표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험 세대가 자정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떨어뜨린 명예를 회복해 5·18에 대한 예우가 갖춰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금남로에 모인 시민 |
◇ '갈등·갈등·갈등'…왜?
5·18 전문가, 관련자들은 44주기를 맞는 5·18의 현주소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신군부 세력에 맞선 대가로 민주화를 성취했으나, 정작 헌신한 이들에 대한 지원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계엄군 폭행으로 온전치 못한 신체·쓰러져가는 시민들을 목격한 뒤 생긴 트라우마 등으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우식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5·18 단체에서 문제가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 5·18 관련자들에 대한 처지에도 있다"며 "일부 보상을 받긴 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해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5·18 단체 내 보조금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단체 지원에만 의지한 채 자립 능력을 상실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보이지 않던 균열과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이들에 대한 시선 또한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5·18 단체가 스스로 고립되는 형태"라고 말했다.
5·18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적 시기의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강배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 민주화운동이 50주년을 맞는 2030년에는 5·18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더 많을 것이다"며 "경험한 세대들이 주를 이뤘던 과거에는 5·18 진상규명이라는 '하나 된 뜻'이 있어 갈등이 노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청으로 모여든 시민들 |
◇ "5·18 지원 토대, 자정 기능 필요"
분열에서 시작한 갈등이 극한 대립으로 확산하는 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5·18에 대한 예우가 갖춰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것이 그 시작이며, 여기에 힘입어 유공자법·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가 제정돼 5·18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이 국가 폭력에 맞서던 과거의 역사와 다른 점은 법적인 지원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이다"며 "최상위법인 헌법에 5·18 정신을 명시해야 제도나 지원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 사회와의 갈등이나 5·18 단체 내 갈등은 관계자들이 자정 기능을 갖추면 해소될 수 있다"며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5·18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회장에 선출돼 단체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공법단체의 지위를 확보한 만큼 이들 단체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적인 역할을 보조하고 돕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오월의 광주가 불안해 안타깝지만, 5·18을 구성하는 여러 단체와 그 안의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며 "5·18에 대한 관심,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현 상황보다 더 나은 5·18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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