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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발언을 통해 본 대칭동맹의 길 [fn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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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트럼프 전 대통령 나토 이어 한국 때리기 나서, '동맹도 거래의 대상' 행보 -협상력 높이려는 포석 관측, 방위비 분담 사실관계 적시적 공지 노력 중요 -한미 합의로 1991년부터 합당한 수준으로 당당하게 방위비분담금 제공해 와 -2021년엔 1조1833억원, 세금 면제 등 간접 혜택 포함시 2~3조 육박 자료도 -한국, 해외 미 최대 군사기지인 평택기지 부지 및 건설 비용도 90% 이상 지불 -트럼프, 한국 방위비분담금 몰아세우는 건 타당치 않고 동맹 결속력 약화 단초 -12차 방위비분담금 협상 시작, 한미동맹은 비대칭 동맹이란 우려 불식 계기돼야 -정부 협상단,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인 자료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협상 임해야 -한·미 사회에 韓 방위비분담금 합리적 수준 제공 사실 알리는 공공외교 병행 필요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나토(NATO) 회원국이 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이 제시한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하더라도 방관하겠다는 무모한 발언에 이어 이제는 한국 때리기에도 나섰다. 트럼프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한 위치에 4만 명의 군인이 있는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며 한국을 겨냥했다. 주한미군의 숫자는 실제로는 2만8500명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 발언은 오류투성이다.

그런데 과장이든 압박이든 간에 거래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거래의 발언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유권자에게 각인시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 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만약 트럼프가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이 발언이 정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주지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방위비분담금의 기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따져 이를 적시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 관련 기원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은 19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의 영토 및 그 주변에 미군이 배치되는 것을 한국이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편 비용분담에 대한 내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66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기반하여 SOFA(주한미군지위협정)가 체결되게 된다. SOFA는 전문 및 본문 31개조 및 주한미군 주둔 관련 토지, 시설, 형사재판권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한국과 미국의 권리 및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SOFA 5조 1항은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한국 측에 부담시키지 않고 미국 측이 부담한다고 명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한 부지와 시설을 제공하되 주둔경비는 미국이 부담토록 했다.

그러던 중 미국의 재정적 상황이 악화되고 반면 한국의 경제력은 성장하는 환경 속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1991년 체결되면서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비용의 일부를 분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타결된 협상은 제11차 SMA로 2021년 9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방위비분담금은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되는데 최종 금액은 양국 간 협의를 거쳐 ‘합리적’이며 ‘공평한’ 수준에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합의를 통해 1991년부터 합당한 수준으로 당당하게 방위비분담금을 제공해왔다. 특히 2019년 10차 SMA 협상에서는 최초로 한국의 분담금이 1조원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1조1833억원까지 올라갔다. 세금 면제 등 간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액수까지 더하면 2∼3조원에 육박한다는 자료도 있다. 더욱이 한국은 최대규모의 해외 미국 군사기지인 평택기지(Camp Humphreys) 관련 부지 및 건설 비용도 90% 이상이나 지불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다는 듯이 몰아세우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동맹의 결속력도 약화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12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시작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협상을 평소보다 일찍 개시한 것은 트럼프 변수, 동맹 결속력 유지, 북한의 오판 방지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합리적 수준으로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하면서 그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비대칭 동맹이라는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이번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이러한 불식을 해소하고 대등한 동맹이라는 점을 현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미국을 상대로 한국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낸다는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 협상단은 사실에 근거한 구체적인 자료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면서 협상의 레버리지를 올려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미 사회 전반에도 한국이 지금까지 방위비분담금을 합리적 수준으로 당당하게 제공해 온 사실을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한층 높여 사실에 근거한 담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공공외교도 필요할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준이 동등한 동맹 여부를 평가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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