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회의록 혼란]
교육부, 총리실 발표 하루 뒤 부인
“배정위는 회의록 작성 의무 없어… 법원에 회의록 대신 배정자료 낼 것”
총리실 “법률상 회의록 말한것 아냐”… 의사단체 “배정위, 거수기 역할했나”
오석환 교육부 차관(오른쪽)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대 학생 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는 법정 위원회가 아니며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면서 “회의록은 없고 회의 결과를 정리 요약한 문서만 있다”고 밝혔다. 세종=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의대 증원 과정에서 가동한 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여부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정부 내에서도 다른 말이 나오며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3월 14∼18일 학교별 정원을 논의하는 의대 학생 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를 운영했는데 국무총리실은 7일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배정위의 경우) 정상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8일 “배정위 회의록은 없으며 회의 결과를 요약한 문서들만 있다”고 다른 입장을 밝혔다.
● 회의록 존재 놓고 부처 사이에도 말 달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8일 브리핑에서 “배정위는 법정 위원회가 아니며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며 “회의 결과를 정리해 요약한 문서는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4일 한 언론에 “배정위 회의록이 있다”고 했다가 5일 “회의록 존재 및 법원 제출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어 총리실에서 7일 “회의록은 정상적으로 작성됐다”고 다른 입장을 발표했는데 8일 교육부가 다시 “회의록은 없고 요약 문서만 있다”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오 차관은 교육부의 설명이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배정위 명단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선뜻 참여하기 어려우셨던 위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구성 단계부터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약속드렸기 때문”이라며 “소송에서 요구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법원에서 배정위 회의록을 별도로 요청하진 않았다”며 “(그 대신) 2000명 증원분이 대학별로 어떻게 배정됐는지에 대한 사항을 소명해 달라는 법원 요청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교육부와 다른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 “7일 정상적으로 작성했다고 한 회의록은 법률적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총리실은 참석자 발언의 핵심 내용 등이 담긴 통상적 의미의 회의록이 있다고 한 것이고, 교육부는 법적인 의미의 회의록이 없다고 한 것이라 상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 의사들 “배정위 거수기 역할 했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은 주요 정책 심의를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 등 외에도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에 대해선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회의록에는 일시와 명칭, 참석자와 배석자 명단, 발언 요지, 결정 사항, 표결 내용 등이 담겨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2000명을 증원한다는 주요 정책은 결정됐고 배정위는 그 정책을 대학별로 나눠 주는 집행을 논의한 것”이라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주요 회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차관 등이 참석한 회의인지는 배정위 명단이 공개돼야 알 수 있다”며 “설사 차관 등이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주요 회의에 해당하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등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는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검토한 내용을 기록물로 생성하게 돼 있어 배정위도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정부가 미리 학교별 정원을 정하고 배정위는 형식적으로만 운영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7일 “배정위 첫 회의 전날 지방 국립대 7곳 정원을 200명으로 늘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 만에 대학별 정원 배정이 어떻게 가능했나. 배정위는 유명무실한 거수기 역할을 했나”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교육계에선 배정위가 의사들의 반발이 거센 민감한 사안을 다룬 만큼 추후 논란 등을 감안하면 회의록을 남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9년 전북대와 제주대의 약대 신설을 결정했을 때도 배정위 회의록을 남겼다. 전직 교육부 관계자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감사원 감사 등에서 따질 수 있어 공무원들은 근거로 회의록을 당연히 남긴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