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와 2030 싫어하는 것만 하지 않았나”
“아무 것도 안 하면 만년 2등 정당 될 것”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이 7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백서 TF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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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최종 페이지에 이번 총선의 책임자 리스트가 있어야 합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 학계 대표로 참석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말했다. 그는 “TF팀은 법률적 책임을 묻는 곳은 아니지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곳이어야 한다”며 “누구 때문에 이런 (총선) 결과가 빚어졌다는 언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는 작은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TF는 이날 학계와 언론·청년·여성 대표를 불러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신랄한 분석을 들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이 중도와 2030세대를 잡겠다고 했는데 중도와 2030들이 싫어하는 것만 하지 않았냐”며 “홍범도 흉상 이전, 이조(이재명·조국) 청산, 586 청산 이런 것들에 2030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이념적인 이슈로 가서 민주당이 검찰독재니 민주화니 80년대 의제에 묶여 있다면 국민의힘은 70년대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선거를 초등학생들 여름방학 숙제하듯이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평소에 잘해놨어야 되는데 임박해서 부랴부랴 사람 데려오고 정책 내니 아무도 공감 못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 이런 것들 했다”며 “지금부터 다음 선거 어젠다와 인물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전여옥 전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개인 블로그에 회의에서 지적한 사항들을 나열했다. 국민의힘에는 힘이 없다, 사망 유희 같은 공천을 했다, 당원들에게 리뷰도 없는 상품을 사 달라는 식의 공천이었다, 당원들의 열의를 무시했다, 후보를 당선시키는 총선인데 대선후보 맛뵈기 쇼였다, 당원 모독 총선, 집토끼가 깡총깡총 가출했다, 보수라는 말을 쓰기 꺼려한 보수 참칭 정당이 국민의힘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과 인사를 나누며 ‘갑갑하시겠어요’라고 하니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당을 해체하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말했다”라고 적었다.
TF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회의 후 “가장 뼈아팠던 얘기는 ‘이 상태로 아무것도 안 하면 만년 2등 정당이 될 것’이라는 말”이라며 “모두가 크게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전통적 지지자가 나이 들고 수도권 확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이 국민의힘이 가장 유리한 지형에서 치른 선거가 될 것이라는 패널 발언에 모두가 숙연하고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 원인을 있는 그대로 적어내고 구성원들이 동의할 혁신안을 만들자고 다시 한번 결의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박 교수의 ‘책임자 리스트’에 대해 “박 교수님 개인 의견이다. 누구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백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왜 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백서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백서에 들어갈 대통령실의 책임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어떻게 면담을 진행하면 좋을지 소통을 시작했다”며 “조만간 심층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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