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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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2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민사회계와 재난조사 전문가들은 법안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한계와 제약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사 발생 551일 만에 ‘진상조사를 위한 최소 요건’이 갖춰졌다는 점, ‘피해자 권리’가 법에 명시됐다는 점은 의의가 있으나 짧은 활동기한 등이 한계로 꼽혔다. 조사위원 추천 방식 및 일부 조사권한 축소가 진상조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별법에 따라 설치될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참사 발생 전후 각 기관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점 규명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했던 재난조사기구가 각종 책임 기관들의 ‘구조적 무능’을 총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얼마나 전문성 있는 이들로 특조위가 구성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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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조사권한 축소…“진상조사 한계 가능성”
여야가 이태원참사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고 밝힌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아이가 분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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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보면 지난 1월 발의됐던 수정안에서 두 가지 조항이 삭제됐다. ‘불송치·수사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28조 7항의3)과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권’(30조)이다. 여야가 전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는 각종 조사기록·재판기록 제출 요구권이 통째로 빠지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형사재판 기록 요구 권한 등 나머지 권한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불송치·수사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요구권이 빠지면서 이태원 특조위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찰청 등에 대한 수사 기록 확보는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황필규 변호사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수사 기록을 못 보게 된다면 ‘형사책임(수사)을 넘어서는 종합적 진상조사’를 지향하는 특조위 목표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권이 삭제되면서 특조위가 쓸 수 있는 ‘압박 카드’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영장청구 의뢰권’을 ‘영장청구권’과 혼동해 표현하면서 이를 “독소조항”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인 이정일 변호사는 “관련 기관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서 (영장청구 의뢰권) 자체로 협조 요청에 힘이 된다”며 “이 권한이 사라지면 향후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권한의 유무가 특조위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양성우 변호사는 “행안부, 서울시 등에 대한 수사는 애초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관련 기록을 봐도 실익이 없을 수 있다”면서 “영장청구 의뢰권 역시 청구 자체가 검찰의 고유 권한이라 과거 조사위에서도 ‘사문화’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참위법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에도 영장청구 의뢰권이 있었으나 실제로 행사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정쟁 휩쓸리지 않도록…전문성 확보가 핵심”
이태원참사 유가족·시민·4대 종교인 100여명이 지난 1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대통령실 앞까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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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활동 기한이 최장 1년3개월로 한정된 데 대한 우려도 있다. 조직 구성, 자료 요청, 조사 용역, 보고서 작성 등 모든 과정을 고려하면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해 제도 개선안까지 도출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조사 용역 하나 하려면 3~4개월이 금방 가고 보고서를 쓰는 데도 3개월이 넘게 걸린다”며 “최소 2년은 보장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회가 특조위 위원으로 누구를 결정하는가는 특조위 활동의 성패를 가를 키나 다름 없다. 문제는 특별법이 규정한 위원 추천 및 임명 방식에 ‘갈등 구조’가 이미 내재한다는 점이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 추천 1명과 여야 추천 각 4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각자의 입맛에 맞는 위원을 추천하고, 위원들이 정파적 주장과 결정을 고집하면 특조위가 정쟁에 휩쓸릴 수 있다. 앞서 1기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박근혜 세월호 7시간 행적’ 조사에 반대하는 여당 추천 위원들이 전부 사임하는 바람에 파행을 겪는 일이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했던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여야 정당 구도에 따라 ‘정치 후견주의’ 방식으로 설계되면 정쟁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짚었다. 황 변호사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사례에서 보듯 단순히 이견 제시를 넘어 ‘전쟁’을 하러 들어온 듯한 사람들이 모이면 특조위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조위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양 변호사는 “재난 원인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를 엄선하고 필요한 경우 재난 조사 실무를 경험했던 이들이 조사위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전문가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가야 특조위가 정쟁의 한복판으로 휩쓸려 들어갈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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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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