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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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독일인 아내를 위한 KT 외국인 요금제를 살펴보다 내국인이 쓰는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에 비해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월 5만8000원에 21기가바이트(GB)를 주는 ‘5G 슬림 21GB’ 요금제를 쓰고 있는 반면, 외국인 요금제는 월 5만9000원(5G 웰컴 5)에 5GB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KT는 오는 10월까지 월 20GB를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혜택은 6개월에 불과하다. 이씨는 “데이터 1GB당 단가를 비교했더니 외국인 요금제가 내국인 요금제 대비 4배 더 비싸더라”면서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9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5G 웰컴 요금제’ 3종을 신규 출시했다. 90일을 초과해 거주하는 장기체류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첫 외국인 전용 5G 요금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259만4936명 중 90일 초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191만2870명이다.
외국인은 그동안 국내에서 선불 통신 서비스를 이용했다. 통신사 입장에선 신분 확인이 불확실한 외국인이 요금을 미납하거나 체납 후 본국으로 돌아가면 요금을 징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선불 통신 서비스는 4만9500원을 내면 전화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15GB(+3Mbps)를 제공받는 식이다.
◇ 외국인 요금제 4만9000원에 3GB, 내국인은 5만원에 10GB 제공
국내에 90일 넘게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매년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후불 통신 요금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포화 상태에 이른 내국인 대상 통신요금 서비스와 달리 200만명에 달하는 장기 체류 외국인은 신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외국인 전용 5G 요금제를 내놓은 이유다.
KT 모델들이 KT 외국인센터에서 외국인 전용 5G 웰컴 요금제를 소개하는 모습. /K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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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KT가 내놓은 외국인 전용 5G 요금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1GB당 단가가 4배 넘게 비싸 ‘외국인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 5만9000원짜리 ‘5G 웰컴 5′ 요금제의 경우 한 달에 5GB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1GB당 데이터 단가가 1만1800원이라는 의미다. 반면 내국인 대상 월 5만8000원짜리 ‘5G 슬림 21GB’의 경우 1GB당 데이터 단가가 2760원에 불과하다.
가장 저렴한 외국인 전용 5G 요금제인 ‘5G 웰컴 1′의 경우 월 3만9000원에 제공 데이터는 1GB에 불과하다. 1GB당 데이터 단가가 무려 3만9000원에 달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내국인 요금제인 ‘5G 슬림 4GB’의 1GB당 데이터 단가가 9250원인 걸 감안할 때 4.2배 차이가 난다. KT는 오는 10월까지 6개월간 월 20GB를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행사가 끝난 뒤에는 데이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 KT “무제한 속도 빠르고 추가 혜택 많아”… 시민단체 “정부, 이용자 차별 검토했는지 의문”
외국인 전용 요금제에는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도 빠졌다. 비슷한 가격대의 내국인용 5G 요금제가 음성통화, 문자가 무제한인 것과 달리 외국인 5G 요금제는 통화 200분, 문자 200개로 제한된다.
KT는 음성통화나 문자보다 지속 이용 가능한 데이터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인들의 이용 행태를 고려해 이 같은 요금제를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KT 관계자는 “5G 웰컴 요금제는 데이터 소진 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속도(QoS)가 1~5Mbps로 비슷한 가격대 5G 요금제(내국인 대상) 대비 최대 5배 빠르다”며 “월 5500원 국제전화 부가서비스, 1만6000원 상당의 해외송금 수수료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외국인 전용 요금제 가격대를 낮추거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야지, 혜택을 더 주는 꼼수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금제를 신고했을텐데 정부가 해당 요금제의 타당성과 이용자 차별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라며 “외국인 전용 5G 요금제를 내놨다는 구색맞추기용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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