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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美 대기오염 '최악 톱10'은 모두 서부…“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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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6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도심이 당시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로 뒤덮여 뿌옇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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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기 질이 최근 25년 내 가장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기 질 상태가 나쁜 곳은 유독 서부 지역에 몰려 있었다.

미국폐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 연례 대기 현황’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공기 상태는 2000년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폐협회는 오존 농도, 초미세먼지(PM2.5) 24시간 농도와 연중 농도를 가중 평균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미국 인구의 39%에 해당하는 1억3120만 명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 대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의 수치보다 1170만 명(9.8%) 늘어난 규모다.

협회 측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더위, 가뭄, 산불로 인해 특히 미국 서부 지역에서 치명적인 초미세먼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빌링스 미국폐협회 수석부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2000년 연례 대기 현황 보고서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2024년 보고서에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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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한 소방관이 캘리포니아주 아광가 인근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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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이 잦아지고 있다는 경고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기상연구대학연합(University Corporation of Atmospheric Research) 세스 맥기니스 교수는 “산불 빈도는 앞으로 더 많아지고 피해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기후 보고서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해 미 서부에서 더 크고 심각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초대형 산불 발생률은 1984년부터 1993년까지와 비교할 때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협회 보고서엔 대기 질과 인종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의 세 가지 척도에서 모두 불합격 등급을 받은 최악의 대기 질을 가진 카운티에는 약 440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데, 이들 카운티는 유색인종 비율이 63%로 가장 높았다. 미국 인구에서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41.6%이다. 협회는 “건강에 나쁜 공기와 함께 생활하는 부담을 (유색인종과 백인들 간에)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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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8일(현지시간)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 뉴욕시 상공을 뒤덮어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높아지자 뉴욕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맨해튼 도심을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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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연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광역 지역을 공개했는데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서부에 몰려 있었다. 대기 질이 가장 나쁜 곳은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로 조사됐다. 이어 ▶캘리포니아주 비잘리아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마데라-핸퍼드 ▶오레곤주 유진-스프링필드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롱비치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로즈빌 ▶오레곤주 메드퍼드-그랜츠패스 ▶애리조나주 피닉스-메사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 순이었다.

미 서부 대기 질이 특히 나쁜 이유로는 이 지역 교통ㆍ농업ㆍ석유-가스산업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많은 데다가 해마다 캘리포니아와 캐나다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산불로 미세먼지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기오염 최악의 도시로 꼽힌 베이커스필드 거주자인 구스타보 아귀레 주니어는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에서 공기가 깨끗한 날을 본 적이 없다”고 USA투데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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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폐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연례 대기 현황’ 보고서에는 연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지역이 공개됐는데,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서부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미국폐협회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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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기 질이 가장 좋은 상위 10개의 광역 지역은 미 동부와 서부, 중부 등에 비교적 고루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질이 가장 좋은 곳은 하와이주 호놀룰루로 조사됐다. 이어 ▶와이오밍주 캐스퍼 ▶하와이주 카훌루이-와일루쿠-라하이나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메인주 뱅거 ▶와이오밍주 체옌 ▶미네소타주 덜루스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유타주 세인트조지 순이었다.

미국에서는 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약 4만8000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폐협회는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심부전,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장기간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등 뇌 손상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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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폐협회(American Lung Association)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연례 대기 현황’ 보고서 표지. 사진 미국폐협회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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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위험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폐협회는 짚었다. 보고서에서 협회 측은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 거주자들은 대기 질이 가장 좋은 지역 거주자들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20%, 사망 위험이 51% 더 높았다”며 “대기 오염과 코로나19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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