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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언제 들어 오나요”···고물가에 장난감·육아용품 대여에 몰리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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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28일 서울 동작구 서울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둘러보고 있다.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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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 서울 동작구 서울장난감도서관. 서주원군(2)이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내달렸다. 아빠 서준일씨(37)가 주원군 뒤를 쫓았다.

“아이, 신난다!” 전자기타 모양 장난감을 손에 든 아이가 소리쳤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 10여명이 보드게임·음률·퍼즐 등으로 분류된 진열대를 둘러봤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연회비 1만원을 받고 장난감을 빌려준다. 보유한 장난감은 5000여종이다. 한 번에 3개씩, 최대 3주 동안 빌릴 수 있다. 대여됐다 반납된 장난감은 다음 사용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고압스팀 소독·세정티슈 세척·자외선 소독 등을 거친다.

서씨는 오늘 이곳을 처음 찾았다. 평소 아이에게는 ‘새것’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그런 생각을 접기로 했다. 그는 “2~3년 전보다 장난감 가격이 오른 게 체감된다”면서 “매달 장난감을 연달아 사면 비용 부담이 꽤 된다”고 말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장난감 가격이 껑충 뛰는 것도 서씨가 장난감도서관을 찾은 이유다. 서씨는 이날 빌린 것은 전자 피아노 모양 장난감과 책이었다.

고물가는 육아 부담도 키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아동복 물가는 전년 대비 12.1% 올랐다. 1985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장난감·육아용품을 빌려 쓰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부모도 늘었다. 서씨는 “부모로서는 아이가 원하는 건 최상의 것으로 해주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가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장난감도서관 이용객은 평일 100명, 주말 150명 정도다. 지난해에 비해 약 50% 늘었다. 장난감도서관은 지난 2월부터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직장인 위주로 방문했다면 최근에는 일반 가정 부모들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격주로 이곳을 찾는다는 박선회씨(38)는 “장난감이 비싼 것은 10만원을 넘어가고 한 번 사면 결국에는 중고로 팔아야 한다”면서 “이곳에서는 다양한 장난감을 돌아가면서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씨 아이 손에는 아기상어 인형과 소방차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기 있는 장난감을 빌리려면 경쟁도 치열하다. 박씨는 “인기 장난감은 홈페이지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빌리기 힘들다”며 “반납일에 맞춰 틈틈이 홈페이지 조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장난감뿐 아니라 육아용품 대여도 인기다. 장난감도서관은 지난해 9월부터 젖병 소독기·보행기 등 육아용품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여 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이날 홈페이지 예약 화면을 보면 도서관이 보유한 분유 제조기 9개가 모두 대여된 상태였다. 졸리 점퍼·보행기 등을 빌려 사용해온 권지수씨(32)는 “육아용품은 예약이 빨리 차서 반납일에 맞춰서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난감도서관 관계자는 “유모차 등 육아용품은 10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 보통 1~2년 짧게 쓰고 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여 수요가 큰 것 같다”며 “현재 대기자가 많은 상황이라 대여용품 수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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