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대표 외식 메뉴인 햄버거·피자·치킨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게티 이미지 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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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떨고 있니?’
조아무개(46)씨는 5월에 도래할 각종 행사를 치를 생각에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두 아이는 ‘공연을 보고 외식을 하자’며 들떠 있는데, 머릿속으로는 ‘돈 걱정’이 앞서는 탓이다. 조씨는 “4인 가족이 영화 보고 햄버거·피자만 먹어도 20만원인데, 뮤지컬과 호텔 뷔페 얘길 하는 아이들을 보니 즐거운 마음보단 두려움이 앞선다”며 “교육비가 한창 많이 드는 시기라 ‘특별한 이벤트’가 돼 버린 5월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잇따르는 인상 소식에 근심·걱정을 넘어 공포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2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을 보면, 서울 기준으로 냉면·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7%가 올랐다.
인상 폭이 가장 큰 외식 품목은 냉면으로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이다. 김밥은 한 줄에 3323원으로 6.4%,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5.7% 비싸졌다. 또 김치찌개 백반과 짜장면은 각각 8천원, 7069원으로 4.0%, 칼국수 한 그릇은 9038원으로 3.5%, 삼계탕은 한 그릇에 1만6846원으로 3.1% 각각 인상됐다. 삼겹살도 1인분(200g)에 1만9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올랐다.
외식의 단골메뉴인 피자·햄버거·치킨 등의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맥도날드는 다음달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했다. 버거 단품 중 치즈버거·더블 치즈버거·트리플 치즈버거 등은 100원씩 올리고, 불고기 버거는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씩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탄산음료 등 가격도 올라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세트 가격은 6900원에서 7200원으로 300원씩 오른다.
피자헛도 같은 날부터 갈릭버터쉬림프, 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올린다. 피자헛은 “인상된 가격 등 세부사항은 추후 공지한다”고 알렸다. 저가형인 고피자 역시 지난달 피자 단품 가격을 1천원씩 올렸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인 굽네도 지난 15일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으며, 파파이스 역시 치킨, 버거 등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가격 인상 시기를 6월로 늦추긴 했지만, 롯데웰푸드 역시 빼빼로·칸쵸·가나 초콜릿 등의 가격을 평균 12% 올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폭등’을 인상 근거로 내세우지만, 소비자단체는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연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본부장은 “원재료와 환율 하락기엔 가격 인하 없이 이득을 누렸던 기업들이 인상 요인이 생겼을 때는 곧바로 반영하고 있다”며 “특히 총선이 끝나자마자 가격을 올리는 기업들의 행태는 5월 가정의 달에 지출이 많은 소비자들의 입장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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