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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은퇴라는말 싫지만…" 나훈아, 56년 만에 마이크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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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습니다' 인천 콘서트서 은퇴 공식화

"이제 피아노 앞에 앉지 않을 거다. 기타 만지지도 않을 거고, 책을 봐도 글은 쓰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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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나훈아 콘서트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사진제공 = 예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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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가 데뷔 56년 만에 은퇴를 선언했다.

27일 오후 3시 인천 송도컨베시아에서 은퇴 전국 투어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에서 나훈아는 "오늘 귀하신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고 저는 오늘 잘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아니고 무조건 잘하겠다"라며 "잘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우선 인천 공연은 이번 이 공연으로 마지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만두는 게 섭섭하냐"고 물었고, 팬들의 "섭섭하다"는 대답에 "그래서 그만둔다. 제가 돌아서는 모습에 서운해하지 않으면 얼마나 슬프겠냐"고 답했다.

나훈아는 "이렇게까지 오는데 말은 못 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느냐. 재밌게 놀고 지나가다 보면 맛있는 게 있어도 '참자, 먹지 말자' 하고 그냥 그러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제 내가 어떻게 살 건지 얘기하겠다"던 그는 "안 가본 데 가보고, 안 먹은 거 먹고, 제 다리가 멀쩡할 때 하려고 한다. 사실 (공연) 세 시간, 네 시간 해도 끄떡없다. 그런데 다리가 멀쩡할 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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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 [사진제공 = 예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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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노래하는 동안 대통령이 11번 바뀌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하고 있다"며 "그동안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았다, 공연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일을 생각해 봤다"라고도 말했다.

또한, 지난 가수 인생에서 인상 깊은 순간으로 "제가 (1997년도) SBS와 소록도에 '나훈아 그리고 소록도의 봄' 공연하러 갔는데 당시 따로 격리해서 환자들이 살고 있었던 마음 아픈 곳이었다. 공연하는데 가슴이 찡하고 마음 아프고 그렇더라. 노래하는 중간에 환자들에게 신청곡을 받아서 무대를 하기로 했는데, 도저히 무대 위에서 못 부르겠더라"며 "그래서 내려가서 신청한 여인을 제가 끌어안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훈아는 당시 공연 때 불렀던 '인생은 미완성'을 열창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건강 문제 관련 은퇴에 대해 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훈아는 "유튜브를 보니 어떤 점쟁이는 제가 내년에 죽는다고 하고, 또 다른 점쟁이는 내가 아픈 게 보인다고 하던데 전부 믿지 말라"며 "올해 2월에 피검사를 포함해 25가지 검사를 했는데 문제 있는 수치가 없어서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 공개 편지에서 왜 '은퇴'라고 하지 않고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는지에 대해서도 "은퇴라는 말을 왜 안 하냐면 그 말이 싫어서다. 꼭 밀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전 아직 할 수 있다. (할 수 있음에도 그만두기 때문에) 그래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마지막, 나훈아는 "이제 진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노래를 못 부른다"며 "여러분이 해주셔야 한다"고 팬들에게 부탁했고, 날아온 드론에 마이크를 단 뒤 무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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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훈아는 지난 2월 공연 개최 소식을 알리는 편지로 은퇴 의사를 암시했다. 이날 인천 공연을 통해 나훈아가 무대에서 은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팬들은 슬픔과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한 나훈아는 '사랑', '울긴 왜 울어', '잡초', '무시로', '고향역', '어매', '땡벌' 등의 명곡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2020년에는 '테스형'으로 화제가 된 그는 현역 가수로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나훈아는 데뷔 직후인 1970년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가창력은 물론이고 남다른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취입곡만 2600곡, 자작곡 800곡에 히트곡만 120곡 넘게 발표한 그는 트로트의 황제, '가황'이라는 별칭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나훈아는 28일 오후 3시 인천 공연에 이어 오는 5월 11일 청주, 18일 울산, 6월 1일 창원, 15일 천안, 22일 원주, 7월 6일 전주에서 전국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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