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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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만나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회담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는 것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협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민생 현안을 두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이 대표는 ‘총선 민심’을 강조하며 제1야당 지도자이자 국정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26일 ‘윤-이 회담’ 준비를 위한 3차 실무회동을 마친 뒤 각각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의제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배석자는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 각각 3명씩이다. 회담 시간은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양쪽은 설명했다. 홍 수석은 “두 분간의 시간은 두 분이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독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29일로 차담 형식의 회담을 확정한 것은 더 늦어지면 회담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고 양쪽은 설명했다. 홍 수석은 “가장 빠른 날, 그리고 오찬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치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해서 차담으로 결정됐다”고, 천 실장은 “차담이 자유롭게 대화 나누는 데는 더 유리하겠다 판단했다”고 했다. 역대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담은 주로 오찬이나 조찬이었고, 2005년 9월7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할 때 ‘오후 2시 차담’이었다.
사전 의제 확정을 요구해온 민주당이 한발 물러서며 의제 제한이 사라진 만큼 양쪽은 회담 전략을 두고 주말 내내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회담을 바라보는 양쪽의 시각은 차이를 보였다. 회담 의제를 두고 민주당은 ‘총선 민심’에, 대통령실은 ‘민생 현안’에 강조점을 찍었다.
이 대표는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을 목표로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실무회동에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 수용 등을 포함한 각종 의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실장은 “총선 민심이 반영된 문제들에 대해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방안을 찾도록 할 예정”이라며 실무회동에서 요구했던 의제들이 회담에 오를 것이라는 뜻을 보였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논의될지 주목된다. 천 실장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의제가 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실무 협상 단계에선 언급했다. 특정 의제를 제안하거나, 어떤 의제는 안 된다고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반면, 회담에 임하는 준비를 묻는 말에 홍 수석은 “가장 중요한 것이 민생 현안이다. 그리고 국민적 지금 관심 사항들(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이 대표님과의 만남 속에서 어떤 모멘텀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민생’을 강조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민생회복지원금과 추가경정예산에는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테이블에서 대화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뒀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회담은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양쪽은 두 차례 실무회동에서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었으나, 26일 오전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만나도록 하겠다”고 하고, 대통령실이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며 급물살을 탔다. 양쪽은 오전 11시 3차 실무회동을 했고, 10여분 만에 주요 사항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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