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협상력 강화·협상 시 불이익 감소 기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맹점주에게 무소불위 권한을 주는 거죠."(유통업계 관계자) "협상을 요청하면 자리에 나와달라는 것도 문제인가요."(가맹점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맹사업법)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유통업계와 가맹점주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들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갖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프랜차이즈 업계는 부작용만 늘 것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가맹점주들은 협상의 창구가 열렸다며 환영했다.
업계 "사업자 단체 우후죽순 쏟아질 것"
그래픽=신동준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가 구성한 단체는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고 등록된 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여러 사업자 단체의 등장이다. 특히 노조는 복수 노조를 허용하더라도 대표성을 띤 대표 단체 한 곳과 협상을 진행하면 되지만 가맹본사가 여러 단체와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야 해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노조의 요구 사항은 임금이나 처우 개선 등 상대적으로 단순 명료하다"며 "반면 가맹점주들은 가맹점 상황에 따라 상권, 제품, 마진 등등 불만 사항이 제각각이라 협의 개시를 의무화해 버리면 수많은 요구 사항을 소화해야 하는데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 사업자를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규정하는데 근로자와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도 있다.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근로자만 갖기 때문이다. 단체교섭권이 가맹 본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경영에 차질을 빚고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가맹점주 "가맹점 해지 등 협상 시 불이익 줄어들 것"
12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식당가 인근을 걷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맹점주들은 그러나 "가맹본사의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계기"라며 안도했다. 박성용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팀장은 "그동안 개인이 본사에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묵살당하거나 가맹점 해지 등 불이익을 걱정하는 일이 많았다"며 "여러 가맹점주들이 모여 얘기하면 협상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에서는 복수의 사업자 단체가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노조는 한 직장 안에서 근로자들끼리 뭉치는 것이지만 뿔뿔이 흩어져 정보 습득이 쉽지 않은 가맹점주들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단체가 많다는 건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 아닌가"라며 "여러 단체에서 요구 사항이 제각각 나와도 이를 한데 모아 연합 교섭을 하는 등 방법이야 많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개정안이 관련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수의 사업자단체가 반복적으로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양측 간 갈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개정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위헌적 소지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만일 본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5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