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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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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정의당이 살아날 길은?…‘누구를 대표할 것인가’[4·10 총선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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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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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총선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유권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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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정의당의 지난 10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취약한 지지기반과 모호한 정체성이 정의당의 현실이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에 둔 정의당만의 의제를 보여주지 못한 채 거대 정당이 설정해놓은 정치적 이슈를 중심에 놓고 행보하는 데 급급했다.”

2022년 9월17일 정의당은 재창당 결의안을 발표했다. 그 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하며 ‘정의당 10년평가위원회’를 만들고 자성한 결과물이었다. 정의당은 이후 녹색당과 연합해 녹색정의당으로 재창당했지만 총선에서 민심을 얻는데 실패하며 원외 정당으로 밀려났다. 녹색정의당은 오는 2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기존 정의당과 녹색당으로 해산한다.

총선을 치르기 전부터 정의당의 당세는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내 분열과 이탈이 잦았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 일부 비례대표가 표적이 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안이 당원 총투표에 부쳐지기까지 했다. 권고안은 부결됐지만 총투표를 주도한 정파는 탈당해 사회민주당을 창당했다. 재창당 방향을 두고도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느냐, 제3지대 연대냐, 진보정당 통합이냐 등 노선 투쟁을 벌였다. 2012년 정의당 창당부터 당에 기여해온 세력들이 사회민주당으로, 개혁신당으로, 새로운미래로 뿔뿔이 흩어졌다.

엘리트 정당화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정의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25일 통화에서 “진보정당은 대변해야 할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하는데 정의당은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사람들 ‘앞’에, 언론 ‘앞’에 서 있다”며 “정의당의 조직 기반은 중하층 계급이어야 하는데 현재 지지 기반은 고학력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정의당이 원내 정당 활동에 치중해 지역과 조직 기반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10년평가위원회가 공개한 ‘당직자 시선, 존망의 기로 정의당을 말하다’ 보고서를 보면 한 중앙당 당직자는 “원내 활동에 치중해 현장을 찾지 않다보니 현장과 괴리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권영국 변호사도 출마선언문에 “현장에서 바라본 정의당은 노동자의 정당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썼다.

정의당이 원내에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제3정당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통화에서 “소수당이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연합은 필수 조건인데 불필요한 논쟁을 하면서 입지를 더 좁게 만들었다”며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론’에 스스로 갇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정의당이 잘했던 시절은 문재인 정부 초기 ‘데스노트’로 인사에 영향력을 발휘한 이후에 한 번도 없지 않나”라고 했다.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정의당이 부적격하다고 판정한 공직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해 생겨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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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김찬휘 녹색정의당 상임대표 등이 지난 10일 국회 개표상황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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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장악력 부족


녹색정의당은 총선 어젠다로 ‘기후위기, 페미니즘, 노동’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방향은 적절하지만 ‘구호’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진보정당으로서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직접적으로 와닿는 의제들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신뢰나 지지 기반을 만들어놓고 추진했어야 한다. 정당과 사회운동 단체는 다르다”고 했다.

정의당은 21대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노란봉투법 본회의 통과(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 등 적지 않은 성과들을 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박 연구위원은 “그 의제는 정의당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밖에서 왔다”며 “밖으로부터 던져진 의제가 (국회에서) 죽지 않게 한 역할 정도는 있지만 의제 주도력이 있는 정당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의제보다는 선거제도를 통해서 어느 날 더 많은 의석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게 그간의 정의당 운영 방법이었다”고도 했다.

무너진 지역·조직 기반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은 호남에서 가장 낮은 정당 득표율을 받았다. 광주 1.50%, 전남 1.37%, 전북 1.51%였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서울이 2.68%로 가장 높았다. 박 연구위원은 이 지표에 대해 “정의당의 현장 기반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걸 보여준다. 중앙에서 입만 뻐끔뻐끔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이 약화된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17명만 냈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당 10년평가위원회 평가서에도 “수도권 화이트칼라 중심으론 미래가 없다” “비례 국회의원 후보 영입만 치우쳐 지역에 남는 사람이 없다” 등 적나라한 의견들이 담겼다.

정의당은 지역 조직 붕괴뿐 아니라 다층적인 위기에 놓여 있다. 간판 스타인 심상정 의원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재정 위기도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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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결과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 심 의원은 이날 “진보정치 소임을 내려 놓는다”며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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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위원은 “당비 만원이 아니라 1만5000원을 내겠다는 사람들을 3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민주당과 유사한 또 하나의 정당을 만들 건지, 아니면 민주당으로는 절대 대표될 수 없는 중하층 계급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표하기 위해 종류가 다른 정당을 만들 건지 두 가지 선택지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독자적인 진보 정당을 만든다고 한다면 현 정세 상황의 구도도 잘 이용해야 한다. 민주당, 조국혁신당과의 연합 정치를 통해 고유한 의제들을 발굴해내고 신뢰를 다시 복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4·10총선 돌아보기]③ 또 실패한 제3지대 실험…조국혁신당은 제3정당일까, 위성정당일까
https://www.khan.co.kr/politics/election/article/202404251418001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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