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양의 미래, 영국에서 찾는다]
존 위팅데일 한국 전담 영국 무역 특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2024년 조선해양분야 한영 양자사업교류 사절단'으로 영국을 방문한 한국 해양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세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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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대형 선박 건조에 관해 이미 한국의 경쟁상대가 아닙니다. 힘을 합할 영역이 많습니다. 탈탄소 시대를 한국과 함께 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존 위팅데일 한국 전담 영국 무역 특사가 '조선해양분야 한영 양자사업교류 사절단'으로 지난 18일 영국 런던을 방문한 한국 조선해양업계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탈탄소 시대를 열 양국 산업 협력 영역으로 조선해양을 꼽은 것이다. 2년 전 영국 총리가 양국 무역 협력을 위해 처음으로 임명한 무역 특사인 그는 그동안 한·영 시너지 전략을 고심했다고 한다. 결론은 뛰어난 선박 건조 역량을 지닌 한국과 친환경 선박 기술을 선도하는 영국의 2인 3각 체제였다.
한때 세계 조선해양을 주도했던 영국은 글로벌 산업 구조재편을 겪으며 선박 건조 부문에선 힘을 잃었다. 대신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3년간 조선산업에 약 7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기술 연구개발에만 약 35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이렇게 영국이 조선해양 산업 리빌딩을 하는 동안 한국은 세계 최고 선박 건조역량을 갖춘 국가로 도약했다. 양국이 친환경 조선해양에서 '윈윈'할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조선해양 산업 육성 청사진 자체가 한국을 파트너로 상정하고 마련됐다고 귀띔했다. 영국 정부가 2019년 발표한 '해양 5개년 계획'에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과 손을 잡아야만 미래 해양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이크 에식스 영국 산업통상부 민간해양부문장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대형 선박에서 압도적인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은 영국 친환경 해양 기술 기업의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했다.
영국 아네모이 마린의 로터세일이 선박에 설치되어었는 모습. /사진제공=아네모이 마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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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 같은 전략 아래 양국의 기술 공유를 도모한다. 선박용 공기윤활시스템을 제작하는 '실버스트림 테크놀로지스'와 선박의 풍력보조 추진장치 로터세일을 만드는 '아네모이 마린' 등 영국의 해양 기술기업들은 사절단을 대상으로 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사절단은 한국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와 해운사(HMM, 현대글로비스) 등의 임직원들로 꾸려졌다. 세계 친환경 선박 기술 시장에서 영국의 점유율은 5%에 달하며 이는 조선업계에서 영국이 리더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영국 정부와 기술기업들은 조선해양 산업의 미래 파트너로 한국을 택한 건 단순히 '친환경 기술(영국)'과 '선박 건조 역량(한국)'의 시너지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신뢰와 믿음 역시 국가 간 산업 협력에선 중요하다고 했다. 조선해양 분야에서 영국과 한국의 협력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권 지폐를 내밀고, 영국 바클레이은행으로부터 차관을 받아 울산 백사장에 HD현대중공업을 세웠다. 한국조선업의 출발부터 영국은 함께 했던 셈이다.
한국 조선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전통적인 조선해양 강국으로 한국의 조선기업들과 조선기자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최근 선박의 친환경, 디지털, 전동화 트랜드에 따라 양국 간 조선 분야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런던(영국)=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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