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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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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올여름부터 난민 르완다로 보낸다···논란의 ‘르완다 정책’ 의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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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 국경 경비대가 지난 1월17일(현지시간) 영국 해협을 건너던 난민들을 구조해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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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입국하는 불법 이주민을 6400㎞ 떨어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송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영국 정부의 ‘르완다 정책’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영국은 이르면 7월부터 불법 이주민들의 르완다 이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권단체들은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밤 ‘르완다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르완다 안전법은 지난 1월17일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이 수정안을 의결해 하원으로 돌려보내면 하원이 이를 다시 무효화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되며 처리가 지연됐다. 상원은 이날 비선출직인 상원보다 선출직인 하원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법안을 수정해서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르완다 안전법은 23일 왕의 재가를 받아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영국은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 밀입국하는 아프리카·중동·아시아 이주민들이 늘어나자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인 2022년 이른바 ‘르완다 정책’을 발표했다. 르완다 정책은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이주민들에 대한 난민 심사를 르완다에서 처리하고 난민 자격을 인정받더라도 르완다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르완다와 협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르완다 정부에 수억파운드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은 르완다 정책이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했다. 영국 법원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11월 영국 대법원은 르완다가 난민들을 보내기에 안전한 국가가 아니라면서 르완다 정책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지난 1월 르완다 정책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의회 문턱을 넘은 르완다 안전법은 르완다가 안전한 국가라는 선언을 법률로 못박음으로써 르완다 정책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우회하기 위한 것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형보트를 막기 위한 우리의 계획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면서 “우리는 지금 (르완다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이륙시키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도 르완다 안전법 통과 전 기자회견에서 “르완다로 가는 첫 항공편이 10~12주 이내에 출발할 것”이라면서 “여름부터 시작해서 매달 여러 개 항공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내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는 7월에 르완다로 보낼 불법 이주민들에 대한 신상파악을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영국 지부는 “난민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쓸데없이 잔인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접근”이라면서 “정부가 이 잘못된 정책을 버리고 보다 인간적이고 질서 있는 이민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는 영국이 “위험한 선례를 세웠다”면서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려는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리버티, ‘고문으로부터의 자유’ 등 인권단체들도 르완다 정책이 “법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면서 “이 부끄러운 법안은 헌법과 국제법을 짓밟고 동시에 고문 생존자를 비롯한 난민들을 르완다에서의 불안전한 미래라는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르완다 정책이 올가을 총선을 앞둔 보수당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국제법과 인권법의 수호자라는 영국의 명성에는 오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올해 2월 기준으로 르완다에 2억2200만파운드(약 3742억원)를 지급한 데 이어 2024~2026년까지 3년간 해마다 5000만파운드를 지급하는 등 2026년까지 최소 3억7000만파운드(약 630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그러나 내무부 관리를 인용해 비용에 상응하는 난민 억지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르완다 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현재 영국에 있는 난민들이 르완다로의 이송을 피하기 위해 종적을 감출 우려도 있다. 영국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꼼수’ 입법을 했다는 부담도 지고 가야 한다. 난민 관련 단체들은 르완다 추방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정책 집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들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 발칸반도 국가 알바니아와 협약을 맺고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난민들에 대한 난민 심사와 송환 작업을 알바니아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의회도 지난 10일 유럽으로 오는 난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신 이민·난민 협정’을 가결했다. 오스트리아도 영국처럼 난민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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