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3→승부차기' 맨유, 2부 리그 코벤트리에 진땀승…맨시티와 FA컵 우승 놓고 격돌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극적인 결과다. 2부 리그의 기적이 나올 뻔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에서 코벤트리 시티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승리했다.

준결승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다. 2년 연속 맨체스터 더비로 FA컵 결승이 성사됐다. 지난 시즌 결승에선 맨시티가 맨유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는 예상치 못한 접전이었다. 3-0에서 다시 3-3이 됐고, 결국 승부차기 끝에 승자가 결정됐다.

맨유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는 라스무스 호일룬이 섰다. 2선에는 마커스 래쉬포드와 브루노 페르난데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나섰다. 3선에는 코비 마이누와 스콧 맥토미니가 나왔다. 백4는 아론 완 비사카와 해리 매과이어, 카세미루, 디오고 달롯으로 꾸렸다. 골문은 안드레 오나나가 지켰다.

코벤트리의 마크 로빈스 감독은 5-3-2로 맞섰다. 파이브백으로 수비를 먼저 두텁게 한 뒤 역습을 노리는 전술이었다. 최전방에는 엘리스 심스와 칼럼 오헤어가 섰다. 중원에는 하지 라이트와 벤 시프,조시 에클스가 출격했다. 백5는 밀란 반 에베이크, 바비 토마스, 리암 킷칭, 제이크 비드웰, 조엘 라티보디에어로 구성됐다. 골문은 브래들리 콜린스로 세웠다.

파이브백을 꺼낸 코벤트리는 뒷문을 잠근 채 경기에 임했다. 맨유는 경기 초반 코벤트리의 수비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세밀한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며 고전했다.

하지만 전반 23분에 나온 맥토미니의 골로 앞서갔다. 달롯이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공간을 만든 뒤,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연결했다. 이 크로스는 코벤트리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를 지나친 뒤 맥토미니에게 향했다. 맥토미니는 가볍게 이를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완성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코벤트리는 빠르게 무너졌다. 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페르난데스의 크로스를 받은 매과이어가 헤더 추가 득점을 넣었다. 이후 두 팀의 전반전은 맨유가 2-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맨유는 후반 시작 후 13분 만에 쐐기 골을 넣었다. 이번에는 페르난데스였다. 박스 안에 있던 페르난데스는 래쉬포드의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간 뒤,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0-3으로 끌려가던 코벤트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26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심스가 박스 안에서 깔끔히 마무리했다. 이로써 코벤트리는 1-3을 만들며 맨유를 추격했다.

이어서 후반 34분 코벤트리에 행운의 득점이 나왔다. 왼쪽에서 심스가 볼을 몰고 들어온 뒤 박스 앞 중앙의 오헤어에게 패스했다. 오헤어는 곧바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는데, 이 슈팅이 완 비사카를 맞고 굴절되며 절묘하게 빨려 들어갔다. 코벤트리는 단숨에 승부를 1점 차로 만들었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은 6분이 주어졌고, 여기서 코벤트리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왔는데, 이것이 완 비사카의 손에 맞았다.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키커로 라이트가 나섰다. 그리고 라이트는 오나나를 완벽히 속이며 극적인 동점 골을 넣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 전반전에는 페르난데스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리드를 노렸다. 하지만 이 슈팅은 골대 위쪽을 강타했다. 코벤트리 입장에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연장 후반전에는 심스가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완 비사카를 등지고 강력한 오른발 터닝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 상단을 강타하 득점 기회가 날아갔다.

그러던 중 연장 후반 추가시간 빅터 토르프의 극적인 골이 나왔다. 코벤트리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런데 여기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득점이 취소됐다.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경기는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첫 번째 키커는 카세미루였는데, 골키퍼에게 막혔다. 반면 코벤트리의 첫 키커로 나선 라이트는 완벽히 골망을 갈랐다. 맨유의 두 번째 키커 달롯은 킥을 성공시켰다. 코벤트리의 도르프도 득점에 성공했다. 맨유의 세 번째 키커 에릭센도 골망을 갈랐다. 여기서 코벤트리의 세 번째 키커 오헤어는 오나나에게 막혔다. 맨유의 네 번째 키커 페르난데스는 깔끔하게 킥을 성공시켰다. 반면 코벤트리의 네 번째 키커인 시프가 실축했다. 그리고 호일룬이 마지막 골을 넣으며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하루 앞서 열린 맨시티와 첼시의 FA컵 준결승에선 맨시티가 1-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이기도 한 맨시티는 이제 대회 2연패와 통산 8번째 정상 등극을 노린다.

맨시티 역시 결승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맨시티가 주도권을 잡고 첼시를 몰아붙였지만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필 포든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때린 슛은 수비수 맞고 나왔다. 이후 포든과 제레미 도쿠가 찬 날카로운 슛은 첼시 골키퍼 조르제 페트로비치 선방에 막혔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엘링 홀란드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홀란드는 이날 근육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답답함을 느끼던 맨시티. 후반 38분에 가서야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베르나르두 실바.

왼쪽 측면에서 올린 케빈 더 브라위너의 크로스가 골키퍼 페트로비치에 맞아 튀어나왔고, 실바가 이를 놓치지 않고 공을 골문으로 집어넣었다. 0-0 스코어가 깨지는 순간.

직전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해 고개를 숙였던 실바지만, 이날은 달랐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해결사로 우뚝 섰다.

첼시는 스트라이커 니콜라 잭슨의 부진에 울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고도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공을 돌리고, 수차례 득점 기회에도 골과 인연이 없었다.

한편 맨유의 FA컵 우승 여부와 별개로 텐 하흐 감독의 경질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영국 매체 '미러'는 21일 "텐 하흐 감독이 이번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날 수 있다. 짐 랫클리프 신임 구단주는 시즌 종료 후 큰 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이 멀어진 텐 하흐에게 경질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텐 하흐 감독과 맨유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았다. 다만 맨유가 계약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됐다.

아직 맨유와 텐 하흐 감독의 연장계약 협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랫클리프 구단주는 텐 하흐 감독의 거취에 대해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텐 하흐 후임 감독이 빠르게 물색 중이다. 영국 매체 '선 스포츠'는 "그레이엄 포터가 텐 하흐 후임으로 가장 앞서고 있다. 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도 유력한 후보다"고 알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