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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경비원이 관리소장 개인 빨래까지"…초단기 계약 속 잇단 갑질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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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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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400여 일이 지났지만,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4월 15일까지 들어온 이메일 상담 요청 중 아파트 등 시설에서 일하는 경비와 보안, 시설관리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상담이 47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상담자들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은 주로 관리소장, 입주민, 용역회사 직원들이었습니다.

한 노동자는 "관리소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사적인 빨래 지시가 너무하다는 생각에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진전이 없어 노동청에 진정했다"며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건이 종결됐고, 이후 회사는 계약만료를 통보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문의한 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안내를 제대로 못 한다고 동대표 감사가 수시로 욕설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라고 문의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또 "근로계약서가 2개월짜리인데, 아무 문제 없는 건가요?"라고도 물었습니다.

2019년 발간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94%가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을 맺고 있었으며, 3개월 계약도 21.7%에 달했습니다.

이 사례처럼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는 경비원이 입주민과 갈등을 빚으면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는 일도 잦습니다.

경비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문제는 '원청 갑질'의 문제와도 닿아 있었습니다.

경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용역회사의 경우,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에 대해서는 '을'의 위치이기 때문에 '갑'의 의사에 반해 경비 노동자를 보호하고 나설 가능성이 낮습니다.

한 여성 미화원은 "미화반장이 뒤에서 끌어안거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수십 차례 했다"며 "저는 가해자 뺨을 치며 격렬히 거부하고 이 사실을 본사에 알리기도 했으나, '알려지면 여사님도 좋을 것 없다'며 가해자도 해고할 테니 저도 퇴사하라는 요구가 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장갑질119 임득균 노무사는 "다단계 용역계약 구조에서 경비노동자들은 갑질에 쉽게 노출된다"며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내 직장내 괴롭힘의 범위를 확대하고, 단기 계약 근절·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명원 기자 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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