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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정쟁 밀려…중대재해법 유예·재정준칙 도입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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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국회 1만6350건 법안 ‘낮잠’

尹정부 국정과제 ‘건전재정’ 불투명

고준위 방폐법도 자동 폐기 위기감

기술유출 방지법, 일가정 양립법 등

민생경제·국가생존 직결 법안 외면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해소되지 않으며 5월 임시국회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산적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21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1대 국회에는 총 1만6350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민생과 미래 먹거리 산업, 국정 운영 시스템에 직결되는 중요 법안들이 적지 않지만,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해당 법안들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달 29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세계일보

법사위에 쌓여있는 법안들 국회 각 상임위원회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통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에 17일 법안 관련 서류들이 쌓여 있다. 다음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 간 쟁탈전이 예고돼 있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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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과도한 정부 지출을 억제해 국가 채무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 속에 번번이 처리가 불발됐다. 4·10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고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3.9%를 기록하며 윤 정부가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여당의 주장에 힘이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법)’도 중요 입법 사안으로 꼽힌다.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한 상황이라 원전을 계속해서 가동하기 위해선 안전성이 담보된 별도 처리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해당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야당은 그동안 탈원전 기조를 주장하며 해당 법안에 반대해 왔지만, 입장 변화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반대 의견도 있지만, 홍익표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와 정책위에 처리 필요성을 얘기했다”며 “탈원전과 상관없이 기존 원전 수명을 다 쓴다고 해도 필요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적용됐고, 올해 1월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 등에도 적용되면 산업 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은 확대 적용 2년 유예를 위한 입법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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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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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일부 공감대를 형성한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 유출 방지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을 인수·합병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기술 유출자에 대한 벌금 상한을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여야는 행정기관의 과잉 규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핵심 입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본법’ 역시 계류 상태다.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AI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다.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논의에 진전이 없다.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수의 법안도 발이 묶여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난임 치료 휴가 기간 확대 등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에서 단 한 차례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모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 연령도 현행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로 확대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발의 당시 올해 하반기부터 개정된 내용으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연내 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김병관·김승환·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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