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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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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로 변한 파월, 담담한 증시…이젠 연준보다 실적[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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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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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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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올 1분기 동안 견고한 모습을 유지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경기 둔화가 없는 한 올해 금리를 내릴 수 있는지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파월 "금리 인하에 시간 걸릴 것"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티크 맥클렌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대담한 뒤 질의 응답 시간에 "최근 데이터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러한 자신감을 얻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리스크들을 처리하기에 정책적으로 좋은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경제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필요한 만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5.25~5.5%인 현재 연방기금 금리가 적절한 수준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또 "현재 노동시장 강세와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의 진전 상황을 볼 때 경제 제약적인 정책이 작동하도록 좀더 시간을 갖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뜻이다.


연내 금리 인하도 확신 못해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경제 약화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던 기존 입장에서 매파적으로 바뀐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의회에 통화정책을 보고할 때만 해도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고 말했고 이달 초 스탠포드대 강연에서도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언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올들어 세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강세를 보인 후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에버코어 ISI는 올해 금리 인하 계획에 대한 연준의 "계산된 재조정"이라고 해석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파월 의장은 더 단호하게 매파적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매파 파월에도 담담한 금융시장

주목할 점은 이날 파월 의장의 매파적 스탠스 변화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우존스지수는 0.2% 오르며 7거래일만에 상승 마감했고 S&P500지수는 0.2%, 나스닥지수는 0.1% 떨어지는데 그쳤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증시는 잠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장 중 최저치 위에서 마감했다. 또 연방기금 금리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2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가 4.961%에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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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연준 위원들과 비슷한 발언

이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2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연준의 다른 위원들이 이미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내려가고 있다는 추가 증거 없이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파월 의장의 스탠스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날 파월 의장에 앞서 최근의 경제 강세와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로 인해 현재 금리 수준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들이 인플레이션이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면 현재의 경제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를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일에 이어 15일에도 강한 노동시장과 견고한 소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투자 컨설팅 회사인 타이버 코스말라 & 어소시에이츠의 이사인 필 코스말라는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의 오늘 발언은 최근 공개 발언에 나섰던 다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 자신감

금융시장이 파월 의장의 입장 선회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둘째 이유는 미국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국내총생산) 예측 모델인 GDP나우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2.9%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지난해 말 증시 랠리는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지만 올해는 이를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대체했다며 견조한 경제 성장률은 기업 실적에 좋은 징조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현재 증시의 가장 큰 위협은 연준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실적이 성장하지 않는 기업이 더 큰 리스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 뱅크 자산관리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롭 하워스는 마켓워치에 투자자들이 더 이상은 연준의 금리 인하에 의지해 증시 상승을 기대할 수 없으며 강세장이 지속되려면 기업들이 시장의 실적 성장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라는 의견이다.


금리 인하 늦어질수록 실적 리스크

문제는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로 인해 소비가 둔화될 수 있고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낮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타이버 코스말라 & 어소시에이츠의 코스말라는 올해 말까지 금리가 1~2번 인하된다고 해도 기업들의 올 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이 올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7.7%의 순이익 성장률과 5.8%의 매출액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센터 아메리칸 셀렉트 주식 펀드의 매니저인 제임스 어베이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등 소수의 기업들을 제외한 상당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익률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매출 성장이 가속화하지 않는 한 이익률이 현 수준에서 더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올 1분기 어닝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기업들의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17일에는 개장 전에 U.S. 뱅코프가 실적을 공개한다. 오후 2시에는 연준의 경기 진단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표된다.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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