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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참사 10년 치 기사 댓글 분석했더니 '막말과 혐오' 더욱 심해졌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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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정부 비판에서 유가족 혐오로 변질된 '악성 댓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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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에 빨대 꽂아 빨아먹는다", "또 표팔이 한다", "노란 리본 맘충들…"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 댓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들입니다. 흔히 '악성 댓글'이라고 하죠. 사고 첫해부터 유가족을 울렸던 악성 댓글은 현재 단순 막말을 넘어 혐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특정 지역, 여성, 어린이 비하도 서슴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6일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희생자들이 세월호 침몰로 우리 곁을 떠난 날입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을 어렵게 보냈지만, 악성 댓글로 입은 상처는 여전히 흉터로 남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유가족은 댓글이 무서워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작년 3월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모독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고소장까지 직접 제출했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의 악성 댓글에 주목해 봤습니다. 지난 10년간, 얼마나 많은 악성 댓글이 혐오와 모독으로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괴롭혀 왔을까요? 또 악성 댓글은 처음부터 이렇게 거칠었고 혐오를 발산해왔던 걸까요?

답을 찾기 위해 마부작침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2014년 4월 16일부터 2024년 4월 10일까지 10년 간 '세월호'와 '이태원' 키워드로 검색되는 10대 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서울, 국민, 세계, 문화)와 3개 지상파(SBS, KBS, MBC) 기사 16만 7,077건과 여기에 달린 댓글 541만 5,000개를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악성 댓글 분석은 혐오 발언 분류 알고리즘 '헤이트스코어(HateScore)'를 활용했습니다.

악성 댓글 31%…세월호 참사 첫해 가장 많았다



악성 댓글 데이터를 학습시킨 혐오 발언 분류 알고리즘을 활용해 악성 댓글을 분류해 봤습니다. 혐오 발언 분류 알고리즘은 댓글 내용에 따라 0-1 사이의 수치로 댓글의 악플 비율을 나타냅니다. 그 결과, 악성 댓글의 비율은 약 3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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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은 세월호 첫해에 가장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 인양, 보상금, 책임 공방 등의 이슈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다 보니 기사량에 비례해 악플 수도 함께 늘어난 걸로 보입니다.

다음 해인 2015년부터 기사량이 급감했지만 악성 댓글량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오른 것도 아니었습니다. 악성 댓글은 2015년부터 세월호 참사 5주기를 거쳐 2020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정부 비판 → 유가족 혐오로 변질되는 '악성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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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세월호 참사 직후에 가장 많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혐오 표현이 담긴 악성 댓글은 아니었습니다. 댓글을 연도별로 분류해 해마다 어떤 단어들이 많이 쓰였는지 빈도수를 뽑아보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에는 '해경', '정부', '구조', '공무원', '무능'이란 단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많이 나온 단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실제 댓글을 들여다봤습니다. '무능한 정부에 화가 난다 새X들아', '해경은 전부 조직과 함께 날려야 한다… 세금만 축내는 것들!' 등과 같이 당시 정부의 대응과 해경의 무능함을 비판한 내용이 많았고, 참사 자체에 대한 분노가 담긴 댓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거친 표현들 때문에 혐오 발언 분류 알고리즘에서 악성 댓글로 분류됐지만, 이걸 악성 댓글이라고 부르긴 어렵습니다.

즉, 세월호 참사 첫해에 나타난 악성 댓글에는 혐오와 막말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표현이 많이 담겨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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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한 2019년부터 악성 댓글에 쓰인 표현에 큰 변화가 보입니다. 공무원, 해경, 구조와 같은 단어들이 빈도수 상위권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쓰레기, 좌파, 빨갱이, 재앙 등으로 세월호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입니다. 당시 작성된 댓글을 봐도 유가족을 위로하고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내용은 더 이상 찾기 힘들었습니다. 댓글의 순기능은 전혀 작동되지 못했습니다.

악성 댓글은 편향된 정치 성향과 원색적인 욕설 그리고 유가족들을 향한 모독과 혐오 표현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단어의 빈도수만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데 무리는 있지만, 세월호 참사와 무관한 욕설과 혐오 표현에 가까운 단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댓글이 변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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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인 올해는 댓글의 혐오 표현들이 더 격해졌습니다. 22대 총선과 세월호 10주기가 맞물려 댓글이 이전보다 정치색이 짙어지고 보여주기조차 힘든 혐오 표현들이 급증했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시체팔이, 표팔이, 좌파, 선거, 총선 등의 단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정당명, 정치인 이름도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를 선거와 정치에 악용했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특정 지역과 소수자, 여성을 향한 혐오도 크게 늘었습니다. 과거 세월호 참사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이성윤 후보는 22대 총선에서 전라북도 전주을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았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수사를 방기하고 박근혜 정부를 비호했다는 논란이 일어나면서 기사와 댓글량이 급증했습니다.

이 후보를 공격하는 악성 댓글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정 지역 비하가 담긴 혐오 표현들이 등장했는데 "전라도", "광주", "폭동"과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후보 사퇴를 요구한 '세월호참사 10주기 전주준비위원회'를 향해서도 '전라디언은 배신이 전문인가?', '또 페미냐? ㅉㅉ'과 같은 혐오 표현들이 서슴지 않고 댓글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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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여운 기자 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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