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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기억관·유물 보관소는 사라졌지만… “기억선 잊히면 안 돼” [심층기획-세월호 1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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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라지는 기억의 공간

희망·슬픔 교차하던 10년 전 팽목항

임시 ‘0416 팽목기억관’만 자리 지켜

세월호는 7년째 방치… 녹슬고 부식

5년 뒤에야 생명기억관에 보존 예정

10주기 맞아 ‘기억교실’ 추모객 발길

유족은 ‘사회적 잊힘·외면’ 공포 여전

“세월호의 지난 흔적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서글픕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맹골수도 침몰해역에선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학생의 유가족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참석한 선상 추모제가 엄수됐다. 유가족과 스님들은 불교식 제례와 기도회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애도하고, 미수습자 5명에 대한 넋을 기렸다.

세계일보

지난 4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입구 바닷속 배경의 검은색 바위에 ‘그날의 기억! 책임! 약속!’ 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진도=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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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찾은 세월호 참상의 현장을 함께한 팽목항. ‘기억의 등대’로 가는 방파제 입구에는 바닷속 배경의 검은색 바위에 노란색 큰 리본과 세월호 모형배가 그 위에 띄워져 있었다. 바위에 새겨진 ‘그날의 기억! 책임! 약속!’이라는 문구가 팽목항을 찾는 추모객의 발길을 잡았다.

방파제에 내걸린 빛바랜 노란 리본만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꼭 10년 전 팽목항은 희망과 슬픔이 교차하는 장소였다. 침몰된 세월호에서 구조 소식이 들릴 땐 가족들은 기쁨의 눈물을, 하얀 천으로 싸인 희생자가 구급차에 실릴 땐 눈물바다로 변했다. 그렇게 세월호 가족은 1년간 팽목항에서 가슴을 졸이며 생사를 같이했다. 당시 팽목항의 넓은 주차장에는 추모관을 비롯해 기억관, 가족숙소, 유물 보관소 등 여러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추모 시설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 2013년부터 팽목항이 연안여객터미널로 개발되면서 이들 시설은 대부분 철거됐다. 방파제 등대 앞에서 만난 강모(42)씨는 “10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는 잊힐 만도 하지만 사고 당시 참상은 우리 기억 속에 그대로 생생하게 남아있다”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아침 일찍 내려왔다는 강씨 커플은 “팽목항은 유가족들 기다림의 장소이자 세월호 참사의 상징적인 곳인데 우리 기억 속에서 잊힐까봐 걱정”이라며 “생각할수록 마음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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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팽목항에 그나마 남아있는 건 추모관으로 사용돼 왔던 ‘0416 팽목기억관’뿐이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유일한 추모 공간이지만 상주하는 인원은 없다. 팽목항에 들어서 있는 추모 관련 시설은 불법 건축물이다. 당시 철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기억관은 10년 가까이 불법 가건물로 사용돼 왔지만 이곳을 관할하는 진도군은 공립 추모시설로 전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 최근에서야 조성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진도군 관계자는 16일 “팽목 4·16 공원 조성 등과 관련해선 시민단체와 상생 차원에서 부지를 제공할 뿐 별도 예산 지원은 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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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팽목바람길 회원이 전남 진도군 진도항(팽목항) 인근의 세월호 팽목기억관을 페인트로 다시 칠하고 있다. 진도=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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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남 진도군 진도항(팽목항) 인근의 세월호 팽목기억관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진도=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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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에 들어선 세월호 참사 관련 공립 추모시설은 지난해 말 개관한 진도해양안전체험관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계승하고 해양 안전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문을 연 이곳은 팽목항을 등지고 5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자가 찾은 이날 체험관을 찾아온 방문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개관 4개월 차이지만 이날까지 체험관을 찾은 방문객은 2400명이 조금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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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진도항(팽목항) 인근의 세월호 팽목기억관에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진도=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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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신항만에는 세월호 선체가 머물러 있다. 2017년 4월 인양된 세월호는 보관 장소를 찾지 못하고 7년 동안 방치된 상태다. 선체 바깥은 녹슬고 부식된 데다 수차례 침몰 조사를 하면서 내부마저 훼손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개방하는 세월호 선체 보관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먼발치에서 “세월호가 다 녹슬어 볼썽사나운데 왜 저렇게 그냥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방치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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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만에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다. 목포=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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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현장지원사무소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선체를 보수·보강하며 관리하고 있다”며 “페인트칠도 한 차례 시도했으나 신항만 야적장에 놓여 있는 자동차에 페인트가 날려가는 바람에 작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항만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는 영구보존을 목적으로 조만간 목포 해상케이블카 고하도 탑승 구역인 호남생물자원관 부근 가칭 ‘국립세월호생명기억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세월호생명기억관은 세월호 선체를 보존해 추모 공간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목포신항만 인근 3만4000㎡ 배후 부지에 조성하는 세월호 참사 유산사업이다. 이르면 2027년부터 선체 이동을 시작해 2029년 완공 시점에 맞춰 세월호생명기억관에 영구 보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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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기도 전역에서는 헌화·전시 등 활발한 추모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안산시 단원고 교내에 있던 피해 학생들의 10년 전 교실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기억교실’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억교실을 운영 중인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 옛 안산교육지원청 자리에 세워진 도 교육청 직속 기관이다. 이곳에선 단원고 희생자 추모 공원 방문 및 헌화(2일), 단원고 4·16기억교실 탐방 및 헌화(15일), 교육가족 기억 행동식 및 기억 공감 음악여행(16일)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사회적 ‘잊힘’과 ‘외면’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바람의 세월’에는 이 같은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연대기적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만든 이 영화는 유가족인 감독이 스스로 고뇌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몇 차례 겪은 배신의 순간을 토로한다. 영화에는 책임을 회피하던 사회가 단식 투쟁 중이던 유가족에게 가한 ‘폭식 투쟁’이라는 해괴망측한 조롱과 종북좌파 타령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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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까스로 첫 삽을 뜨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공사 지연도 사회적 책임 회피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이 공원은 2019년 정부가 건립 기본방향을 확정한 뒤 행정절차 이행이 지연되면서 착공조차 못 하고 있었다. 최근 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착공 시기가 10월로 예정됐다. 이 공원은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안산시가 공동으로 단원구 화랑유원지 안에 조성을 추진해왔는데 추모공간과 문화·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생명안전공원은 2026년 말 준공된다.

최근 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착공 시기가 10월로 예정됐다. 이 공원은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안산시가 공동으로 단원구 화랑유원지 안에 조성을 추진해왔는데 추모공간과 문화·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생명안전공원은 2026년 말 준공된다.

진도·목포·안산=김선덕·한현묵·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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