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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중동발 위기까지···‘3고’에 갇힌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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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아시아권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1.39p(0.42%) 내린 2670.43으로, 코스닥은 8.05p(0.94%) 내린 852.42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6원 오른 1384원으로 마감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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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 추세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이란·이스라엘 전쟁 위기까지 덮치면서 한국 경제가 ‘3고(高)’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보고 있다. 미국 물가지표가 고공행진을 하며 금리 인하론이 쑥 들어갔고, 국내 물가 역시 심상치 않다. ‘3고 현상’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자칫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중심을 잡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정부와 집권여당은 4·10 총선 참패 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위기시 고통이 가중되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동발 리스크에 가장 출렁이는 지표는 환율이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4.0원에 마감했다. 2022년 11월(1394.6원)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올해 들어서만 연고점을 아홉 차례 경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뒤로 밀리고 전쟁 위기까지 겹쳐 환율이 1400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등 단 세 차례뿐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각각 0.42%, 0.94% 떨어졌다.

고공행진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전 치솟았다가 주말을 지나면서 일단 숨고르기 상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2%에 달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세 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나라다. 이란이 한국으로 원유가 오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막는다면 유가는 더욱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3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환율과 유가 상승은 생산 비용에 그대로 반영돼 국내 물가를 끌어올린다.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은 배럴당 81달러(두바이산) 기준, 한국은행의 2월 경제전망은 연간 83달러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이미 당국이 전제했던 수치를 넘어섰고, 중동발 위기는 예단하기 어렵다. 유가가 국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한달 가량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5월 물가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올라간 상태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있으면 (경제) 전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물가가 올해 말 2.6%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고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오는 7월이 대세였던 증권사들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은 10월까지 미뤄졌다.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 서민들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상품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7개월째 감소중이다. 은행권 가계대출도 1100조원대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은 가계의 소비여력을 더욱 줄어들게 한다. 여기에 총선이 끝나자마자 식료품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다. 굽네 치킨은 이날 주요 제품 가격을 10%씩, 파파이스도 4% 가량 인상했다. 쿠팡은 무료 배달 제도인 ‘와우 멤버십’ 한 달 비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다. 그동안 억누른 공공요금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내수 부진은 성장률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지표는 수출 경기다. 수출액은 반도체 부문이 살아나면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출 역시 유가 급등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항공과 해운에 타격이 갈 수 있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수출 업종도 고유가가 겹치는 상황에선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3고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데 정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C+ 수준”이라며 “5년 임기 동안 경제 문제를 다 풀지 못하더라도 ‘돌 하나라도 얹어놓겠다’는 희망으로 목표와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 위기로 불거질 경제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통령,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등 경제주체들이 모두 나서서 하나씩 위험요소에 대한 방어막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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